[의료개혁의 미래] 의료 격차·재정 위기 심각…낡은 제도 바꿔야

2024-06-23 19:20

넉 달 넘게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 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 쏠림, 지역 간 불균형, 건강보험 재정 위기까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의료 이용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낮은 수가 등 고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의사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서비스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방 의료 취약성으로 인해 응급 상황에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의료인과 각계 전문가가 모여 적정한 의사 수를 추정해 계산하는 전담기구를 꾸리기로 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재 대한민국 의료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23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병원 측 거부로 재이송 도중 사망한 환자는 3752명에 달한다. 가장 많은 거부 사유는 ‘전문의 부재’였다. 입원 환자 자체 충족률을 보면 서울은 89%, 경북은 58%로 큰 격차를 보였고 응급의료 취약지는 전체 시·군·구 중 40%에 달하는 98개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의사 인력을 배출하는 의과 대학 정원은 오히려 감소했다.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0년 3273명에서 의약분업을 거치며 2006년 3058명으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9년간 6.6% 감소한 셈이다.

최근 대학들이 2025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을 전년 대비 약 1500명 증원하는 절차는 마무리됐으나 의료계는 여전히 ‘증원 백지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지출 급증과 혼합 진료 등 누수 요인으로 인해 건강보험 만성 적자도 심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불거진 원인 중 하나로 수가 문제를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