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보고 사진찍으러 왔어요" 중국인 MZ세대가 몰려온다
2024-06-23 14:37
"아이돌 공연을 보고 성수동에서 패션 팝업 체험을 했어요. 한국 스타일로 꾸미고 인증사진 남기는 것은 필수죠."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코리아뷰티페스티벌 팝업공간에서 만난 중국인 장한씨(20)의 말이다.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장한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벌써 4번째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커졌고,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 엔하이픈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기도 했다.
그는 "주로 샤오훙수(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한국 여행지 정보를 얻고 가보고 싶은 곳을 저장해두고 있다"면서 "한국 브랜드 옷과 화장품 사는 것을 좋아한다. 인천에서 K-팝 공연을 보고 홍대와 성수동에서 다양한 팝업을 즐기면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와 명동, 강남, 성수 일대가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소위 '깃발부대'로 불리던 단체관광객이 아니라 MZ세대로 구성된 개별 관광객이 월등히 늘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4년 중국 MZ세대 여행·소비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중국 인구 중 약 33.75%를 차지하는 1980~2000년생인 MZ세대가 여행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노동절 연휴에 여행을 즐긴 이들 중에서도 MZ세대 비중이 88%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특히 Z세대(1990년대~2000년대생)가 40%에 달했고 1980년대생도 43%를 기록했다.
이들의 여행은 기성세대와 사뭇 다르다. 미디어를 통해 K-컬처를 접한 중국인 MZ세대 여행객들은 한국 여행을 즐길 때도 '한국인'을 모방한다. 한국식 화장법과 패션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길을 가다 대화하는 소리를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인과 행색이 비슷하다.
여행을 체험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관광지에서 현지 스타일 패션을 입고 전문가와 사진을 찍는 '스냅사진 투어'를 하거나 콘서트와 뮤직페스티벌, 전시 등 공연지 중심으로 여행을 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물 체험 후 소비하는 것도 이들이 여행하는 방법이다.
실제 중국 스냅사진 투어 시장 규모는 2023년 400억 위안(약 7조6000억원)에 달하며 여행 부문에서 주요 소비 시장으로 등극했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런 추세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MZ세대 방한 관광 수요를 분석해 한류 콘서트와 워터밤, 가요제 등 공연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 스냅사진 투어 상품 개발 필요성을 인지하고 한국만의 특별한 스냅투어 촬영지를 개발해 샤오훙수 내에 홍보하거나 가성비 있는 여행루트와 맞춤형 여행 공략 가이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성장하는 중국 여행 시장 규모를 고려해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