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0㎏ 군장·낙하산 메고 고공강하…707특임단 훈련 이례적 공개

2024-06-23 09:00
고공침투·항공기진압·저격수 사격·건물레펠 등 훈련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 제707특수임무단 요원들이 지난 20일 경기도 광주 707특임단 훈련장에서 고공강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공항에 대기 중인 보잉 747 항공기 내 테러범 3명이 인질 억류 중. 작전실시!”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 제707특수임무단 통제부의 지시가 떨어졌다. 비상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던 공격 1조가 신속·은밀하게 항공기로 접근했다. 항공기 내에서 관측이 어려운 꼬리날개쪽으로 침투해 순식간에 중앙 출입문을 점령했다. 공격 2조도 곧바로 사다리를 동원해 꼬리문 앞을 점유했다. “지금부터 공격한다. 지금부터 공격한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통제부가 공격 개시 신호를 내렸다. 작전요원들은 항공기 진입과 동시에 섬광폭음탄을 터뜨렸다. “쾅!” 하는 굉음과 연기로 테러범의 주위가 교란됐다. 그 틈을 타 요원들이 즉각 내부로 진입했다. 테러범 진압에 걸린 시간을 불과 10여초. 요원들이 내부 수색을 마치자 훈련은 마무리됐다.
 
국방부 기자단은 지난 20일 경기도 광주의 707특임단 훈련장을 찾았다. 육군이 707특임단 훈련장을 기자단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훈련장 입구에는 포효하는 백호상이 자리 잡았다. 707특임단은 일명 ‘백호부대’로 불린다. 미군의 합동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인 델타포스와 같이 특수전을 펼치는 한국군의 특수부대 중 특수부대다.
 
707특임단은 2007년 분당샘물교회 교인 피랍 사건과 지난해 북아프리카 수단 교민 철수 작전에도 투입되기도 했다. 국가전략 차원의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대테러 대응 부대로 알려졌지만 남북 간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적지에서 다양한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날 특전대원들은 여러 장비들을 착용한 채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특전대원들은 항공기 진압 작전을 비롯해 △고공침투 △저격수 사격 △폭발물처리반(EOD) 폭파 △내부소탕작전 △건물레펠 △버스테러 진압 작전 등 대테러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때도 실전 침투와 같은 무장 휴대 임무
 
5층 건물 높이의 제1훈련장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꼭대기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특수작전항공단이 운용 중인 UH-60 블랙호크 헬기가 훈련장 쪽으로 날아왔다. 고공특수정찰대 요원 6명이 30㎏ 정도의 군장과 20㎏ 가량의 낙하산을 매고 1200m 고도에서 뛰어내렸다. 평소 고공침투 훈련을 위해 실전 침투와 같은 군장의 무게로 무장을 휴대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강하자들은 팀장을 선두로 계획된 침투 지점에 정확히 안착했다. 강하 요원들의 평균 고공강하 경험은 1000회 이상이다. 특히 이날 강하자 중 4명은 지난해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고공강하 부문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한 정예 특전대원으로 알려졌다.
 
요원들이 멘 낙하산은 MC-4 전술낙하산이다. 이 낙하산은 고고도 강하에 유리하다. 공중에 오래 머무를 수 있으며 정확한 지점에 착지할 수 있도록 조종성이 높은 직사각형 형태다. 낙하산 개방 후 조종을 통해 목표지점까지 50㎞ 이상 이동이 가능하다. 최대 활공 속도는 시속 60㎞에 육박한다. 순간의 방심으로 낙하산 간 상호 충돌 가능성이 높아 강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훈련 강하는 보통 4500~2만5000피트 고도에서 이뤄진다. 707특임단 관계자는 “고공침투 시 가장 힘든 것은 산소가 부족해 체력 소모가 많아 힘들다”며 “1~2번 해서는 안 되고 장기간 노력에 의해 침투 훈련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2만5000피트까지 올라가게 되면 안전을 위해 1시간 정도 산소호흡을 하고 강하한다고 한다.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 제707특수임무단 요원들이 20일 경기도 광주 707특임단 훈련장에서 버스테러 진압 작전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백발백중 사격…버스 테러범 진압에 5초도 안 걸려
 
훈련장 옥상에서는 저격수 사격훈련도 이어졌다. 저격 요원 여러명이 각각 정장, 길리슈트, 군복 등을 착용하고 엎드려쏴 자세로 사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0m, 300m, 400m, 600m 거리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움직이는 표적마저 모두 제압하며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선보였다.
 
사격 훈련 이후 바로 옆에서는 실생활에서 발견될 수 있는 급조폭발물(IED)에 대한 소개도 들을 수 있었다. 소포·양주 상자 IED는 열거나 기울일 시 작동되는 방식이었다. 압력밥솥 IED의 경우 시한식 및 원격으로 작동되며 실제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과 동일한 원리로 제작됐다. 자살조끼 IED는 테러범이 주변을 위협하거나 자폭용으로 만들어졌으며 타이머나 버튼식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처럼 운전자가 시동을 걸었을 때 폭파되는 원리로 제작된 IED도 있었다. 훈련장에는 자동차 스티어링휠과 키박스가 마련돼 있었다. 전방 수백미터 앞에 있는 한 대의 차량과 키박스가 유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열쇠를 넣고 시동을 걸기 위해 키를 돌리자 폭발음과 함께 차량이 산산조각 났다.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 제707특수임무단 요원들이 20일 경기도 광주 707특임단 훈련장에서 건물 레펠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육군]

 
이어 훈련장 건물 내부로 들어가 내부소탕작전을 봤다. 훈련 상황은 테러범 9명이 건물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해 진행됐다. 공격팀장의 공격 카운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출입문을 폭파하고 요원들이 내부로 진입했다. 내부 각 방으로 침투한 요원들은 실탄을 이용해 테러범을 제압했다. 작전 결과 테러범 8명은 사살, 1명은 생포됐다. 작전 종료까지 1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후 훈련장 밖에서는 레펠침투 훈련이 시행됐다. 레펠은 로프를 이용해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신속히 내려오는 기술이다. 대테러 작전이나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된다. 요원들은 5층 높이의 훈련장 옥상에서 레펠로 침투할 창문 주변을 경계했다. 폭약이 장착된 스틱을 활용해 창문을 부수자 대기 중이던 요원들이 레펠을 이용해 신속히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강습한 요원들은 내부 소탕을 실시하며 작전을 완수했다.
 
이어진 버스테러 진압 작전 훈련은 테러범이 버스를 납치해 도주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요원들은 테러범이 탄 버스 앞을 장갑차로 막아섰다. 버스 뒤를 바짝 쫓아오던 요원들은 유리 창을 폭약이 장착된 스틱으로 제거했다. 곧바로 사다리를 대고 버스 내부로 진입해 적을 진압했다. 작전 완료까지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시속 250㎞의 강풍이 온몸 강타…숨쉬기도 힘들어
 
훈련이 모두 끝나고 고공강하 시뮬레이터(윈드터널) 체험을 위해 특전사 고공센터로 이동했다. 윈드터널은 직경 5m, 높이 9m의 원통형 터널로 밑에서 시속 250㎞의 강풍이 솟구쳐 고공강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체험을 위해 고공복과 헬멧, 고글을 착용했다. 원통형 대형 유리터널에서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자 ‘웅~웅’ 거리는 기계음이 들렸다. 윈드터널에 들어서기 전 대기하는 공간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윈드터널에 들어가면 골반을 앞으로 내밀어 허리를 아치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본지 조재형 기자가 20일 특수전사령부 고공센터에서 고공강하 시뮬레이터(윈드터널)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윈드터널에 들어가자마자 양팔을 들고 앞으로 떨어지며 강풍을 그대로 받아내자 이내 몸이 떠올랐다. 강력한 바람이 얼굴을 강타하면서 숨쉬기가 쉽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양다리를 천천히 구부리자 자세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구부려 있던 다리를 펴고 고개를 내리자 몸이 급부상했다. 높은 지점까지 올라가자 교관이 잡아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체험을 마치고 윈드터널에서 나오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험난한 훈련을 견뎌내는 특전사 요원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가장 좋은 장비와 물자를 특전 요원들에게 제공해야 자부심도 생기고 훈련도 잘한다”며 “국방부나 육군에서 이 부분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