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확대경] 함께 운동·미술 체험, 가족상담…자치구별 고립·은둔 청년 정책
2024-06-21 06:00
서울 내 고립·은둔 청년이 삶의 활력과 동기를 얻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 자치구가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립·은둔 청년의 정서적·육체적 회복을 돕기도 하고, 가족 등 주변인과 청년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대일 심리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건 기본이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최근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인한 구직 단념,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고립·은둔 청년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서울의 19~39세 청년 중 4.5%, 최대 12만9852명이 고립·은둔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함께 영화도 보고, 미술 전시까지…부모까지 심리 상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서울 각 자치구의 색다른 프로그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대표적으로 성북구는 '청년 러닝메이트'라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러닝메이트는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성북구 청년들이 미술, 영화 제작, 연극놀이 등 예술 활동과 달리기 등 신체 활동을 여럿이 함께하도록 돕는다.
러닝메이트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웠던 청년들이 '나도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7년 넘게 은둔생활을 했었다는 A씨(28세·남)는 러닝메이트 프로그램에 참여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점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활력을 되찾은 사례다.
A씨는 "자신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점점 얼굴에 생기가 돋고 다채로운 표정이 생겼다"며 "지난 연극놀이 프로그램에서는 나 자신이 관종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고립·은둔 청년과 그의 가족에 집중했다. 영등포구가 이달까지 진행한 '이어주미'라는 프로그램에는 고립·은둔 청년이 가족들과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을 회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와 고립·은둔 청년은 역할을 바꿔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영등포구는 상반기에 진행했던 이어주미 프로그램을 하반기에도 심화해 진행할 계획이다.
고립·은둔 청년을 돕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금천구는 '똑쓰리 상담'과 '느릿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똑쓰리 상담은 전문 상담사와의 일대일 심리상담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이 정서적 어려움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느릿 커뮤니티는 매주 1회 진행되는 활동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이 외부에 나올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강남구 산하 강남복지재단은 고립·은둔 청년 발굴을 지속하기 위한 느슨한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강남복지재단은 지난달 '접촉시도 활동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접촉시도 활동가지원은 기존의 우리동네돌봄단 등 강남구 내 고립·은둔가구 활동가들에게 위기가구를 방문했을 때 필요한 물품,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고립·은둔 대한 고민도…청년 특성 맞춤 지원 필요
일각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의 재고립·은둔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천편일률적인 지원이 아닌 청년들의 특성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한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관계자는 "고립·은둔청년이 사회에 진입하더라도 재고립, 재은둔을 겪기 쉬운데, 단기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1년~3년의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재고립, 재은둔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마다 고립·은둔의 계기, 기간, 깊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어려움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며 "일률적인 지원이 아닌 개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인 회복 로드맵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