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감학원 피해자에 국가·경기도가 위자료 지급해야"...1년당 5000만원 배상

2024-06-20 15:36
법원 "국가와 경기도가 피해자들에게 1인당 최대 4억원의 위자료 지급해야"
선감학원, 일제시대 세워진 부랑아 수용시설...수많은 소년들 강제 노역과 고문으로 목숨잃어

경기 안산 단원구 선감학원터에서 유해가 시굴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제(日帝)가 부랑아를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선감도에 세운 선감학원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경기도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법원이 내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2500만~4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세에 수용된 아이도 있고, 대부분 10세 내지 11세의 나이 어린 아동들을 고립된 섬에 강제로 수용해 여러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사건으로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경찰을 통해 아동들의 위법한 수용행위를 주도했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한 책임이 있다"며 "경기도는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로 공동 불법 행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원을 기준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를 산정했다.

재판부는 "오래 수용됐을수록 더 많이 힘들고 그만큼 교육의 기회도 박탈됐다고 봤다"며 "그 이후 원고들의 삶도 수용 기간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선감도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10월 당시 미나미 지로 조선 총독의 지시로 세워졌다. 일제는 농사 지을 주민을 제외한 선감도 주민들을 섬 밖으로 강제 이주시킨 후 전국에서 부랑아로 지목된 소년 수백명을 마구잡이로 잡아 섬에 가뒀다.

일제는 소년들에게 가혹한 노역과 고문 등을 일삼았고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소년들은 허기에 지쳐 쥐나 벌레를 잡아 먹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수의 소년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노역을 하다 영양실조로 죽거나 다쳤고, 일부는 섬을 몰래 빠져나가려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후 시설은 경기도로 관리권이 이전됐고 '선감학원'으로 명칭이 바뀐 뒤 1982년까지 시설이 운영됐다. 선감학원은 해방 뒤에도 인권 유린의 대명사인 삼청교육대나 형제복지원처럼 전국의 부랑아를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20세 이하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가혹한 강제 노역과 학대, 고문 등이 그대로 이뤄졌다.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선감학원은 박정희 정부 당시 선감학원에서 생활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임용남 목사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 '뭉치'가 출간 되면서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선감원 부원장의 아들인 일본인 이하라 히로미츠가 '아! 선감도'라는 소설을 1989년에 출간한 뒤 선감원 위령비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에서 선감학원에 대한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이후 MBC는 2000년 광복절 특집극으로 양동근, 김인권 등의 유명배우들을 캐스팅 해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이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며 유해발굴을 시작했고 10대로 추정되는 다수의 어린이 유해와 치아 등이 발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