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59만1078% '랠리'…상장 25년 만의 시총 1위 등극

2024-06-19 08:00
1999년 나스닥 상장…50% 넘게 하락하는 등 부침 겪어
젠슨황의 미래 내다본 '비전', 기업 성장 견인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고, 인텔이 반도체 업계를 지배했던 1999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엔비디아는 나스닥 증권 거래소에 상장했다. 당시 엔비디아가 25년 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에 오를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주가는 상장 후 지난 25년간 총 59만1078%나 상승했다.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총 3조3350억 달러며, 이 가운데 2조 달러 이상이 올해 추가됐다. 

엔비디아의 상승은 보장된 것이 아니었다. 50% 이상 하락한 시기만 세 번에 달하는 등 엔비디아 주가가 붕괴됐던 때도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그래픽칩에 대한 대담한 투자와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황의 비전 덕분이었다"고 평했다. 황 CEO는 미래를 내다봤다. 그는 일찌감치 기술 업계가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래픽칩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베리는 "경영진의 엄청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며 "하드웨어 혁신의 물결은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평했다. 

엔비디아는 상장 초기부터 뜨거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나스닥 상장 이후 S&P500에 편입된 2001년 11월까지 전까지 엔비디아 주가는 1600% 넘게 올랐다.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MS의 엑스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비디오 게임 콘솔에 사용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엔비디아는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데다가 경쟁사 AMD가 되살아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더구나 엔비디아와 인텔 간 상호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협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엔비디아를 둘러싼 환경은 악화됐다. 2011년에 인텔이 엔비디아에 15억 달러를 지급하는 데 동의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엔비디아는 2012년에 데이터센터 내부 서버용 그래픽칩을 공개했다. 이 그래픽칩은 석유 및 가스 탐사, 기상 예측과 같은 정교한 컴퓨팅 작업을 지원할 수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칩들은 즉각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2007년 기록했던 최고치를 다시 넘어서기까지 약 9년이 걸렸다. 

엔비디아 주가는 2015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엔비디아 칩은 자율주행차, AI 제품 등 신기술의 기반이 됐다. 아울러 암호화폐 채굴 업계의 수요도 엔비디아 주가 상승을 자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도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의 2021년 회계연도 데이터센터 수익은 2017년 회계연도 대비 8배 증가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그해 말 등장한 오픈AI의 챗GPT가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챗GPT를 시작으로 AI 개발 열풍이 불면서 엔비디아 칩에 대한 주문이 급증했다. 2023 회계연도에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게임 분야 매출을 초과하는 등 엔비디아는 매분기 매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웨이브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전략가인 윌리엄스는 "엔비디아가 영원히 95%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엔비디아를 대체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