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생숙 사태, 각자도생식 소송만이 최선 해법인가

2024-06-18 06:00

우주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으려고 해도 연락처조차 공유해주지 않고 수개월 동안 실랑이만 이어갔습니다.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슬그머니 협조가 이뤄지더군요.”
 
2021년 수도권 인근에서 들어서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을 분양받았다는 한 예비 입주민 A씨는 올해 말로 예정된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행강제금은커녕 잔금을 치를 여력도 없어 파산 상담만 여러 차례 받고 있다는 이들도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금융업체에서도 생숙은 분양호텔 등 숙박시설로 간주된다. 이로 인해 잔금 대출 규모가 추가로 줄어든 상황인 데다 처분하기도 어려워 주거용으로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막대한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규제가 본격화된 2021년부터 약 3년이 흘렀지만 ‘생숙 사태’는 봉합 기미는커녕 결국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 생숙을 준주택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지 못했거나 숙박업으로 등록해 숙박용으로 사용하지 않은 다수 수분양자들은 당장 연말부터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강제금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기준 2021년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전체 생숙 중 숙박업으로 전환한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피스텔 전환도 1~2% 수준이다. 사용승인 예정 또는 건축 중인 생숙 규모가 10만가구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행강제금 적용 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규모 임대형 생숙이 숙박업으로 용도를 전환하면 주택이 아닌 만큼 임차인들이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한번에 요구할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영세할수록 숙박업 전환도 쉽지 않다. 오피스텔도 수분양자 전원에게 동의를 받거나 세부적인 건축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해 매우 까다롭다. 시행사 측 협력이 있어야 전환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조차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상당수다.
 
정부도 단기간에 생숙의 숙박업 신고 및 오피스텔 전환이 어렵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는 당초 유예기간 직후인 2023년 9월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주거용 전환이 어렵다는 점 등이 감안돼 올해 말까지 한 차례 1년간 추가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원칙적으로 모든 투자나 거래에는 자기 책임이 따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정부가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이 소송으로 내몰리지 않게끔 미연에 최선을 다했는지, 과장에 가까운 홍보로 공급 물량을 소화해 온 사업 주체들은 책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