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위헌적 '시행령 통제법' …민주당은 왜 다시 꺼냈나

2024-06-17 06:00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헌법학)]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국회에서 각종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으며, 특히 특검법과 더불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발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의 하나인 시행령 통제에 관한 국회법 개정안이 민주당 민형배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되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시행령의 입법예고 이전에 이를 국회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며, 국회 상임위가 시행령 및 입법예고안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시도들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모두 좌절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로 좌절되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9년 행정입법의 통제에 관한 7개 법안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나온 바 있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그리고 2022년 정권이 바뀐 후에 조응천 의원에 의해 이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이래로 국회의 시행령 통제 요구가 나오면서 헌법학계의 논의도 활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었지만, 다수의 견해는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통제는 위헌의 요소가 크다는 것이었다. 물론 법률의 우위라는 측면에서 시행령이 모법(母法)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회가 법률 제정 및 개정에 관한 권한을 넘어서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시행령에 대해 직접 관여하여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시행령 통치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타당하지 않다. 법률에 의한 통치건, 시행령에 의한 통치건 그것이 합헌적인지의 여부가 문제인 것이지, 법률은 괜찮고 시행령은 안 된다고 단언할 이유가 없다. 법률로 모든 문제를 상세하게 규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외적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으로 인하여 시행령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시행령 통치를 막아야 한다고 막연하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해당 시행령에 위헌⋅위법한 점이 있을 때, 이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부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삼권분립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에 따른 것이며, 헌법상 시행령에 대한 통제의 시스템을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권분립의 기본은 삼권의 대등성이다. 삼권의 어느 하나가 다른 권력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갖는 것은 삼권분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에 대한 임명권을 통해 사법부 코드인사를 행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과 사법부가 대등관계가 아닌 상하관계로 만들어지는 것은 삼권분립의 측면에 매우 위험하며, 이런 점들이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지칭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삼권의 관계에서는 자칫 어느 하나의 권한이 다른 권력에 대해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법률의 개정 방향까지 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헌법재판소가 마치 입법권의 상위에 있는 것처럼 되고, 삼권의 대등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항상 위헌 여부의 판단에 그치고, 새로운 입법은 여전히 국회의 권한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시행령에 대해 그 내용을 특정한 방향으로 수정⋅변경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과 함께 국회가 해당 법률을 일정한 내용으로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결국 국회가 스스로 정부의 상위기관을 자처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입법권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의 우위에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헌법에 의해 특별히 부여된 것이며, 대한민국의 최고법인 헌법에 비추어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구조는 국회가 법률의 관점에서 시행령에 대해 당부의 판단을 내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정부의 시행령 제정 권한도 헌법에 의해 직접 부여된 것이다.
삼권 상호간의 정치적 통제는 다양한 정치과정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부여된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정부의 시행령 제정권은 헌법상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것도 헌법상 인정된 권한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국회가 법률로써 시행령의 수정⋅변경 요구권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겠다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권을 부여했지만, 시행령을 포함한 명령⋅규칙의 위헌⋅위법에 대한 심사권은 일차적으로 법원에 부여하였다. 법률과 시행령의 내용 및 권한 범위 등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힘겨루기보다는 법원의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헌법규정에 비추어 볼 때,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시행령이 법률과 충돌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맡긴 헌법 제107조 제2항의 규정에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그밖에 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대응을 위해서는 상임위 차원이 아니라, 국회 전체의 의사를 모아 본회의 결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즉, 국회의 일부인 상임위의 의결만으로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임위가 아닌 국회 차원에서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위헌인데, 상임위가 이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민주당은 왜 이런 무리수를 다시 들고 나왔을까? 이런 위헌성 문제를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인가?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