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돼도 고객확보...5대 銀, '트래블 카드' 경쟁

2024-06-12 16:50
다음 달 농협까지, 5대 銀 모두 '무료 환전'…체크카드로 '기반 고객' 확대

지난 10일 출시한 우리은행의 '위비트래블' 체크카드 [사진=우리금융]

은행권에서 무료 환전 서비스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4대 은행에 이어 다음 달 NH농협까지 여행 특화 서비스를 내놓는다. ‘환율 우대 100%’인 만큼 은행들은 사실상 남는 수익이 없지만, 기반 고객 확대를 위한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중 여행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체크카드나 외화통장 등 어떤 형식을 갖출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이미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은 이른바 ‘트래블 카드’를 속속 내놨다. 2022년 가장 먼저 하나은행이 체크카드인 '트래블로그'를 출시했고, 올해 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대폭 늘자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1월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외화통장을 선보였고, 2월 신한은행 ‘쏠(SOL)트래블’, 4월 국민은행 ‘트래블러스’, 지난 10일 우리은행 ‘위비트래블’까지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무료 환전 기능을 지원하는 트래블 카드가 수익이 나지 않는 데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금융권은 지적한다. 현재 환율 우대 100%를 적용하며 모든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없는 처지다. 이는 사실상 은행 몫의 이자가 붙지 않는 ‘기준 환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통상 환전 시에는 기준 환율에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붙어 은행이 수익을 가져간다.
 
외화를 다시 원화로 바꾸는 재환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를 재환전할 때 하나은행 트래블로그와 국민은행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만 수수료 1%를 부과한다. 다만 이때 소비자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체크카드 운영을 위해 협업 중인 각 카드사로 넘어간다.
 
재환전의 경우 환율 우대 100%가 아닌 곳도 있지만, 역시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재환전 환율에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대부분 1% 수준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소비자가 해외여행 후 남는 외화 잔액도 많지 않아 재환전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적다. 현재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국민은행이 재환전에도 환율 우대 100%를 제공하고 있지만, 우선 올해 말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여행 특화 서비스 경쟁에 나서는 건 기반 고객 확보 목적이 있다. 예컨대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이 체크카드 발급을 통해 신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이들의 주거래 은행으로까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현재 가입자 수 기준 하나은행 트래블로그가 500만명을 돌파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또 신한은행 쏠트래블이 77만명을 넘어서 빠르게 추격 중이다. 해외여행 성수기인 여름을 앞둔 만큼 후발주자인 국민, 우리은행도 이를 뒤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