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도입 4년차' 임대차 2법, 다시 불붙은 폐지론
2024-06-12 17:27
다음 달 도입 4년 차를 맞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둘러싸고 폐지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이 최근 임대차 2법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연이어 피력하면서다. 시장에서도 하반기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2+2' 전세계약만기가 도래하면 전셋값 고공 행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 2법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세입자 주거 안정이라는 도입 목적과 달리 주거 안정을 오히려 훼손하는 부작용이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시장에 제도가 정착한 만큼 폐지보다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임대차 2법 개선을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관련 연구용역 결과 등을 반영한 전세대책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가 연기된 이후 최종 개편안 내용과 발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년 전세계약 만료 이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보증금 상한선을 '연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로 구성된 임대차 2법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7월 말 시행됐다. 2년마다 짐을 싸야 하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전세보증금 급상승을 막아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전세 만기가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나는 효과로 인해 임대인들이 전세 내놓기를 꺼리면서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치솟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면서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시 전셋값을 종전 대비 대폭 올려 받는 사례도 나왔다. 임대차 2법에 따라 4년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다수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이 제도 취지와 달리 오히려 주거 안정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제도가 유지되는 한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것에 대비해 신규 계약을 맺으면서 전세금을 크게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법을 폐지하고 이전 제도로 돌아간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며 "오히려 보완을 하다가 더욱 제도가 복합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차 2법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입자의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모두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계약이 한꺼번에 몰리는 게 아니라 12개월간 분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집주인도 신규 세입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공실 위험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폐지론이 계속 제기되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시장에 제도가 정착해 운영 중이고,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도 부족한 만큼 폐지보다는 보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행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이미 시장에 안착된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부작용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편해야 하는데 폐지하게 되면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에 맞게 갱신요구권은 유지하되 전월세 상한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