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여중생 교사 "피해 학생 웃는 모습 못 봐...가해자들 말과 다르다"
2024-06-11 17:53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 받으면서 그로부터 약 8년 뒤 피해 여중생을 가르쳤던 교사가 남긴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교사 A씨는 지난 2012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8년 전인가 7년 전인가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에 한 학생이 전학해 왔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전학생 어머니가 하는 말, 정확히는 울음을 교무실에서 들었다"면서 "알고 보니 그 당시 시끄러웠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B양의 어머니였다"고 적었다.
실제로 당시 B양의 법률 대리를 무료로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밀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난리가 났다. 일단 (B양을) 피신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탈출을 제안했다. 딸 둘을 어머니와 서울로 이주시켰다"며 "처음에 피해자를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교육청에 '이런 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학교다'고 항의한 끝에 한 고등학교로 전학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한없는 동정을 느꼈고 평소 무서운 선생이었지만, 나답지 않게 그 아이에게만은 무척 부드럽게 대했다. 하지만 B양이 웃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출간된 이재익 작가의 소설 '41'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소설은 밀양 사건을 모티프로 41명의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무참히 짓밟는다는 내용이다.
A씨는 "(소설 '41'의) '41'은 성폭행에 가담했던 남자애들 숫자다. 이 가해자들은 유력 인사의 자식들이라 모두 지금 잘 산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현재 얘기까지 담겨 있다"면서 "'41' 때문에 내가 가르쳤던 어두운 표정만 보이던 그 작은 아이, 아이의 엄마가 꾀죄죄한 몰골로 부들부들 떨며 울던 그날의 풍경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B양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누가 이 아이의 인생을 보상해 줄 것인가. 그 아이 생각하고 7년 뒤 피해자 아이들의 현재를 알고 나니 마음이 미어진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