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3년 인플레의 뒤안길] 강제 '사교육 다이어트'…날품팔이도 별따기

2024-06-12 05:00
매년 불어나는 교육비 부담…문방구·학습서 물가까지 치솟아
사교육비 증가율 한자리수로 '뚝'…교육 혜택 양극화 우려도
자영업자 양극화도 진행형…'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정모씨(47)는 중학생 아들의 국··수 단과 학원 중 뭐부터 줄여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달에는 이미 수영과 피아노 학원 등록을 취소했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데 따른 고육책이다. 그는 "아들한테 미안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학생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은 0.9%에 그쳤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3년째 지속되면서 정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이 계속 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견고하게 유지된 사교육비 지출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다만 계층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교육비 지출 격차까지 벌어지면 계층이동 사다리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교육비 부담에 등골···계층이동 사다리 끊길라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교육 목적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2021년 100.87(2020년=100), 2022년 102.23, 2023년 104.23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특히 물가 상승기 초입이었던 2022년 1월 101.48로 집계된 교육 물가지수는 지난달 기준 105.9로 4.3% 높아졌다. 교육에 필요한 학용품·학습서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달 문방구 물가지수는 116.59로 2022년 1월 대비 13.9%, 서적 물가지수는 106.64로 4.9% 상승했다. 고등생 학습서는 119.87로 가격 상승률이 14.5%에 달했다.  

물가 부담에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25조9000억원)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1년과 2022년 증가율은 각각 20%와 10%였다.

지난해 중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7조1534억원으로 전년(7조832억원) 대비 0.9% 올라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중학생 사교육 참여율(-0.8%포인트)과 주당 참여시간(-0.1시간)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전체 예·체능 사교육비 증가율도 2021년 37%에서 2022년 16%, 지난해 5%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사교육비는 자녀와 관련한 지출이라 경제가 어려워도 가장 마지막에 줄이는 항목"이라며 "사교육비 증가율 둔화는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이 사교육비 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계층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궁지 몰리는 자영업···일용직 일자리도 15% 줄어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자영업자 경영 여건은 악화일로에 있고 생계형 일자리인 일용직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받지 않고 가족·친척이 대신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가 계속 줄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2022년 1분기 89만명이던 무급가족종사자는 올해 1분기 80만명으로 감소했다. 2년 새 1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지자 가게에서 같이 일하던 가족들이 다른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종업원 없는 이른바 '나 홀로 사장님'도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 분류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22년 1분기 기준 414만8000만명에서 올해 1분기 410만9000명으로 줄었다. 인건비 감축에도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11년 만에 최고치로 높아진 대출 연체율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4%로 2012년 12월 0.64% 이후 가장 높았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일자리도 급감했다. 2022년 1분기 107만명이던 일용직 근로자 수는 올해 1분기 91만명으로 14.9%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