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쓰러질 듯한 천막 속 '아프리카 관광 사진전'

2024-06-12 00:00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야외공간에서 '2024 한·아프리카 관광 포럼' 부대행사로 열린 '아프리카로의 초대' 아프리카 관광 사진전에서 박종택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한·아프리카 국가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2024 한·아프리카 관광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모리셔스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리카 관광 분야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관광 포럼이 끝난 후 박종택 문체부 관광정책국장과 아프리카 관광 분야 주요 관계자들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역사마당에서 열린 아프리카 관광 사진전을 찾았다.

아프리카 27개국 관광지 사진 38점을 전시한 사진전은 문체부가 전쟁·기아 등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환하겠다는 목표하에 브랜드 아프리카와 협력해 마련했다. 

문체부는 이날 포럼 진행에 앞서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참석 여부와 더불어 사진전 관람 여부를 거듭 확인했다. 포럼장 입장 시 명함은 물론 신분증까지 제시하도록 하는 절차를 거쳤고 국빈급 인사가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참석자 명단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그래서일까. 믿음이 있었다. 아프리카라는 먼 땅에서 온 귀빈들을 위해 마련한 사진전인 만큼 형식을 갖춰 진행해줄 것이라는.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의 내용물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역사박물관 마당에 펼쳐진 아프리카 관광 사진전을 마주하는 순간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마당 한쪽에 설치된 부스(?)에 프린트된 사진 몇 개가 애처롭게 걸려 있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대로 쓸려 갈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역사박물관 마당에 설치된 아프리카 관광 사진전 부스. [사진=김다이 기자]

관람 동선도 문제가 됐다. 마당 뒤편에 전시된 사진은 잔디와 울타리로 인해 관람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아프리카와 관광 교류를 위해 한국에서 준비한 사진전은 누가 봐도 너무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VIP 오찬을 진행하며 주요 참석자들을 모시고 관람한 전시회였다. 오히려 롯데호텔 서울이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기념해 1층 로비에서 진행하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기획전'이 훨씬 멋지고 근사해 보였으니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과 대표, 4개 국제기구 대표 등 총 52명이 참석했다. 유엔 회원국 기준 아프리카연합(AU) 54개 회원국 중 아프리카연합 자격정지 6개국(수단,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가봉)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참석한 셈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이자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를 상대로 개최한 첫 다자 정상회의다. 

정부는 대체 왜 위태롭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한 천막 사진전을 기획했을까. 상대 국가를 존중했다면 이런 사진전을 '당당하게' 선보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날 유인촌 장관은 "관광은 한국과 아프리카가 미래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아프리카 48개국과 관광 교류를 하겠다는 유 장관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이 사진전이 그들에게 관계 발전적인 기억으로 남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