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벤츠 '후진'...현대차는 '일단 전진'...전기차 캐즘에 복잡해진 완성차 셈법
2024-06-11 05:00
[전기차 '카마겟돈'] 2030 전동화 전략 수정
"대중화 한계...전기차 거품 꺼진다"
"대중화 한계...전기차 거품 꺼진다"
대(對)중국 전기차 견제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도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으로 인한 판매량 둔화에 고전하고 있는 업체들은 신차 출시 연기는 물론 감산 카드를 꺼내들며 바뀐 시장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전기차 거품이 꺼지고 있다"면서 "캐즘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3만44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937대)과 비교해 1.71% 증가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지난해(1~4월) 11만2286대에서 올해(1~4월) 15만3969대로 37.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솔린 차량 판매량는 8만7321대에서 10만2476대로 17.36% 늘었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하이브리드와 가솔린에 비해서는 유의미한 증가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기차 인기가 둔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높은 가격과 인프라 부족, 느린 충전 속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구매 비용이 20~30% 높아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아직 인프라도 일반 내연기관차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대중적 인기로 넓혀가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주행거리, 충전 속도 등 성능이 향상된 신차 출시가 지금처럼 계속 미뤄진다면 캐즘이 만연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50%로 늘린다는 당초 목표를 5년 연기하겠다고 인정했고, 폭스바겐은 2026년 설립 예정이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아예 백지화하고 "전기차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를 균형 있게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포드도 당초 계획했던 12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투자계획을 연기하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었던 3열 전기 SUV의 출시 시기를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뤘다. BMW그룹과 아우디의 최고경영자 역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5~10년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를 균형 있게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들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투트랙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40년 전 차종 100% 전동화 전략 달성을 위해 올해 EV라인업 확대, EV전용공장 건설, EV전용 부품, 모듈 연구개발, 생산인력 투자에 집중한다.
2030년까지 EV라인업을 31종으로 늘리고,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151만대로 확대하기 위해 연평균 23조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총 68조원을 투입한다.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기술 내재화 등 전기차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비용이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이다.
이 밖에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조엔을 투자한다. 이는 기존 전기차 투자금(5조엔)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전기차 전용공장 제작에 6조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각각 2조엔이 투입된다. 도요타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위해 미국 켄터키주 공장에 13억 달러, 인디애나주 전기차 공장 확대에 14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