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효과 SK… 시총 47조 늘었어도 주가부양 군불

2024-06-10 06:00
주식 처분해 재산분할 재원마련 등
시총 26.10%↑… 당분간 상승 기대

[자료=한국거래소]
SK그룹 시가총액이 6개월 만에 47조원 가까이 늘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엔비디아와 TSMC 등 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직접 만나는 등 미래 사업 강화를 위한 현장 경영에 더해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으로 인한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주가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그룹주 시가총액 합은 225조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78조9270억원) 대비 26.10%(46조7030억원) 증가했다. SK그룹은 SK(주), SK하이닉스, SK스퀘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21개 상장사가 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무려 46.64%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지난 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 관계자와 만나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뜻을 모으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도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SK(주)는 전 거래일 대비 1만8000원(10.98%) 오른 18만2000원에 거래됐다. 올해 저점 대비 27.09% 상승했다. SK우선주도 13.54% 뛰었다. SK 경영권을 두고 지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최 회장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도 분할 대상에 포함되면서 '경영권 리스크'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SK(주)가 주주 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한 재산 중 비중이 가장 큰 SK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 부양에 나서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SK그룹은 SK(주)를 통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최 회장은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SK(주) 지분 25.44%(1862만2594주)를 들고 있다. 최 회장 지분율은 17.73%(1297만5472주)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 회장으로선 SK 주가 부양이 해답"이라며 "보유 중인 자사주를 포함해 배당 정책 변화 등 주가 상승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도 SK㈜가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는 전체 지분 중 25%에 달하는 자사주를 갖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4일 공개 서한을 통해 "SK㈜가 밸류업에 진심이면 25% 자사주 전량 소각을 권한다"고 했다. 포럼은 "주주환원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SK㈜ 주가 저평가 정도와 주주들 손실율 감안했을 때 자사주 소각 규모가 매우 작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융인, 법조인, 학자 등 자본시장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다.
 
현재 SK(주)는 지난 1분기 기준 발행 주식 총 7319만8329주 중 1867만9439주를 자기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는 25.5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