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하 40도·40㎞ 충돌도 거침없이…현대트랜시스, 시트 기술 넘어 감성 잡는다

2024-06-09 16:04

현대트랜시스가 제작한 콘셉트 도심항공교통(UAM) [사진=현대트랜시스]
지난 5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 국내 최대 시트 연구소인 이곳은 직원 500명이 근무 중이며 시트에 관한 모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미래모빌리티 선행연구소다. 4만5705m² 규모의 부지에 연구동과 시험 1동, 시험 2동으로 이뤄졌다. 

시트는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돼 인체공학, 디자인공학, 재료공학, 전자, 제어, 메커니즘 공학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판매국의 법규에 맞춰 테스트가 진행된다. 

두개의 두꺼운 파란 철문을 통과해 영하 20도의 냉동고로 들어갔다. 창고는 옷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시트는 날씨, 도로 환경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 유격이 발생하거나 시트의 모터 구동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대형챔버 형식으로 꾸며진 창고에 시트를 넣어 4~10시간 동안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 조건에서 시트의 소음을 계측하고 기능 작동 여부를 테스트한다. 

'10, 9, 8.....3, 2, 1, 피슝-" 인체모형인 더미를 앉힌 시트가 41km 속도로 밀어낸 유압시스템에 의해 제트기처럼 앞으로 뻗어나갔다. 충돌테스를 진행하는 슬레드 시험으로 후방과 전방 충돌 시 헤드레스트가 목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지해주는지 연구가 진행됐다. 최근 레저용 차(RV) 인기가 끌면서 2열에 짐을 싣는 승객들이 늘어난 만큼 운전자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하물 충돌테스트도 이뤄진다. 

시트 속의 에어백이 1000분의 6초 안에 에어백이 터지는지 실험하는 사이드에어백(SAB) 전개 시험도 한창이었다. 에어백은 사고 시 탑승객의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품으로 에어백이 제때 시트 패드를 찢고 나오는지 설계 및 평가가 이뤄진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1열 운전자와 동승객 가운데에 에버백 탑재를 의무화하고 있어 북미 법규에 따라 50km 속도의 측면충돌도 진행된다. 

시트의 패드 꺼짐, 구조물 파손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시트를 50만회 찍어누르는 진동내구시험도 있다. 사람을 형상화한 75kg짜리 마네킹은 시트 승하차를 수차례 반복했다. 승객이 차에 오르내릴 때 쓸리는 열선 등 시트의 내구성을 파악하기 위해 2만회의 테스트가 이뤄진다. 
HTVM 24 차세대 모빌리티 [사진=현대트랜시스]
시험2동 글로벌시험센터에는 인도에서 온 직원들 수십명이 몰려 있었다. 해외 양산 전 조립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공장의 직원들을 불러모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초 설계 2년, 양산기술 확보 2년 등 시트를 개발하는데 약 4년이 소요된다. 현대트랜시스는 2008년 제네시스 첫 양산차에 시트를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프랑스 포비아, 미국 리어·애디언트, 토요타방직 등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시트 기술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EV9에 적용된 다이내믹 바디케어는 차량식 시트에 적용된 최초 기술이다. 

기술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감성적인 부분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약 15명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팀을 꾸렸고 해외 유수의 대학 교수 등 인재도 불러 모으고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인 리비안에 제공된 알약패턴의 시트은 디자인 측면에서 호평을 받은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차가 늘어나면서 촉감, 향 등 디자인을 넘어선 감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억대의 고급 럭셔리 수입차를 사들여 직접 뜯어보면 이제는 현대트랜시스가 보유하지 않은 기술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가 될 도심항공교통(UAM),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선제적으로 착수했다. 회사가 디자인까지 참여한 UAM은 항공법에 따라 수직 이착륙을 대비한 시트로 만들었고 유리는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TAM(탐)'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PBV에는 기업간 거래(B2B) 사업자가 원하는대로 설계할 수 있도록 시트를 모듈화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헤드레스트는 100% 또 다시 녹여서 쓸 수 있도록 해 단가와 지속가능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PBV 형식의 공유차량 콘셉트카도 전시됐다. 승객의 심박수에 따라 차 속도나 도로 상황을 바꾸거나 발마사지, 냉장고, 공기청정기, 대형 모니터 등 각종 편의기능이 탑재됐다. 현대트랜시스는 미국과 인도에도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해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에 맞춘 시트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도 동탄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슬랜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트랜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