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도 유럽도 금리 인하…한국은행은 4분기?

2024-06-07 01:00
캐나다 이어 유럽·영국도 이달 금리 인하 유력
한국, 4·5월 두달 연속 소비자물가 둔화 확인됐지만
물가 상승 압력·환율 불안으로 4분기 인하 가능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2024.05.23[사진=사진공동취재단]
캐나다와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첫 금리 인하 시점으로 4분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캐나다은행(BOC)은 지난해 7월 이후 연 5.00%로 동결해 왔던 기준금리를 4.75%로 내렸다.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중 첫 주자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판단하에 오는 7월과 9월에도 0.25%포인트씩 금리를 더 낮출 공산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 등도 금리를 내린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 부진이 심상치 않아 금리 인하를 미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모호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월 두 달 연속 둔화 흐름이 확인됐지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 밖으로 높아 물가 재반등 여지가 남아 있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은 1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지난달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1.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경기 상황이 기대 이상으로 호조세라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 측 판단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4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경로대로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외화 유출과 원화 추가 약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최근 5개월 동안 강(强)달러에 따른 환율 방어에만 73억 달러 이상을 소진했다.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8억3000만 달러로 3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4분기나 돼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예상을 상회한 1분기 GDP, 원화 약세 부담 등을 이유로 4분기 인하설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시각도 비슷하다. 지난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직후 보고서를 낸 IB 7곳 중 4곳(노무라·모건스탠리·JP모건·소시에테제네랄)이 인하 시점을 4분기로 예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부채 부실과 자영업자 타격이 우려된다"며 "자본 유출과 물가 불안,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중 어느 쪽 비용이 더 큰지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