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모디 총리, 간신히 3연임 성공…지역 정당 압력에 정책 불확실성 커진다
2024-06-05 09:30
모디 총리 3연임 성공
압승 못해 지역 정당들의 압력에 취약해져
'힌두의 인도' 건설 속도 조절될 듯
'성장의 인도' 건설 낙수효과 한계… 분배 신경 쓸 것
한국은 연일 '타지마할 이슈'로 정쟁만
압승 못해 지역 정당들의 압력에 취약해져
'힌두의 인도' 건설 속도 조절될 듯
'성장의 인도' 건설 낙수효과 한계… 분배 신경 쓸 것
한국은 연일 '타지마할 이슈'로 정쟁만
압승 못해 지역 정당들의 압력에 취약해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다. 인도 정치사에서 3연임을 한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 전 총리 이후 모디 총리가 처음이다.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 모디 정부 3연임 성공을 “역사적 위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모디 총리는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인도 시간으로 어젯밤 8시 40분·한국 시간 밤 12시 10분)쯤 인도국민당(BJP) 당사에서 선거 승리를 공식 발표했다.
총 유권자만 9억60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지난 4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44일간 7단계에 걸쳐 투표가 진행되었고, 6월 4일 오전 8시부터 개표가 시작되었다. 총선 전 각종 여론조사와 선거 후 출구조사 모두 BJP가 이끄는 여권 연합정치세력인 국민민주연합(NDA)이 인도 하원 의석 543석 중 350~400석을 차지하여 압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 4일 밤 9시 현재 NDA는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292석을 획득했다.
모디의 대안 아직 안 보여 유권자들의 고민 엿보인 선거 결과
인도 유권자들의 답답함이 엿보인 선거 결과다. 모디가 이끄는 BJP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대안으로 보고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았다. INC의 의석은 지난 총선보다 대폭 늘었지만 여전히 100석 정도에 머물고 있어 239석으로 앞서고 있는 BJP에 한참 모자란다. 인도 유권자들 눈에는 INC를 이끄는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정치 지도자인 것이다. 모디의 상징인 ‘힌두의 인도’ ‘성장의 인도’ ‘강한 인도’ 건설을 대체할 대안을 보여주지도, 국가 발전에 대한 특별한 비전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INC가 이끄는 여권 연합인 “INDIA(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를 한목소리를 내는 정치세력으로 규합하는 지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도 싫고, 라훌 간디가 이끄는 INC도 마음에 안 드는 유권자들이 차선책으로 지역 정당을 택한 것이다. 이번 인도 총선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정당들의 득세다. 안드라 프라데시뿐만 아니고 우타르 프라데시, 서벵갈, 타밀나두 등 주요 지역에서 지역 정당들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따라서 여권 연합 NDA든, 야권 연합 INDIA든 지역 정당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힌두의 인도’ 건설 속도 조절될 듯
인도 28개 주 중 하원 의석수가 가장 많이 배정된 우타르 프라데시(UP)주에서 BJP의 대패는 결정적이었다. 인도 정치 일번지라 할 수 있는 UP주에서 BJP의 실패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디 정권이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힌두의 인도’ 건설의 상징적인 지역이 UP주였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1월 22일 UP주에 있는 아요디야에서 힌두 람사원 건설 준공식을 직접 거행했다. BJP를 비롯한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람사원 준공식은 ‘힌두의 인도’ 건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BJP는 그동안 선거 때마다 아요디야 람사원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1992년 12월 6일 아요디야에 있던 바브리 이슬람 사원을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붕괴시킨 이후 BJP는 지속해서 바로 그 자리에 힌두 람사원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BJP는 바브리 이슬람 사원을 붕괴시키는 데 선봉에 섰다. 게다가 UP주는 모디 총리의 지역구 바라나시가 있는 곳이다. 바라나시는 어떤 곳인가? 갠지스강이 흐르는 가장 성스러운 곳이고, ‘힌두의 인도’ 건설을 염원하는 강성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많은 곳이다. 또한 강성 힌두 민족주의자인 요기 아디티야가 주 총리로 있는 곳이다.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 캠페인 기간에 계속해서 힌두 대 무슬림 대립 구도를 설정하면서 무슬림을 '침입자'로 비난했다. 다수 힌두 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사실 이러한 전략은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총선에서 톡톡히 효과를 본 전략이다. 지난 모디 정권은 무슬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잠무-카슈미르주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고 연방 직할지로 편입시켰으며, 무슬림을 제외한 여타 종교 집단에만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신시민법을 발효하는 등 ‘힌두의 인도’ 건설을 추구하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구해왔다. 따라서 다른 곳은 몰라도 UP주에서 BJP의 대패를 예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론조사든 출구조사든, 그리고 그 많은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했다.
모디 정부가 추구해왔던 ‘힌두의 인도’ 건설을 비판해왔던 지역 정당인 사마즈와디당(SP)이 UP주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모디 3기 정부하에서는 ‘힌두의 인도’ 건설 정책이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BJP가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고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동인도 서벵갈 지역과 남인도 타밀나두에서도 해당 지역 정당이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이는 인도 전역을 ‘힌두의 인도’로 탈바꿈시키려는 BJP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 선거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가 이끄는 BJP가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지지 기반이 거의 없었던 오디샤주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과 함께 오디샤 주의회 선거도 동시에 치렀다. 선거 결과 BJP가 오디샤 주정권을 잡게 되었다.
‘성장의 인도’ 건설 낙수효과 한계···분배 신경 쓸 것
식민 지배를 받던 영국의 경제 규모를 제치고 세계 5위 경제 대국 등극, 조만간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나 홀로 성장 등과 같은 ‘성장의 인도’가 건설되고 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되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 서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모디 정권의 가장 대표적인 경제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와 같은 정책이 기대만큼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더불어 잘사는 인도도 건설되지 못했다. 반면 피부로 느끼는 높은 실업과 물가는 많은 서민을 힘들게 했다. 이러한 서민들의 민생 문제를 모디 정권이 해결하지 못해 이번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할 모디 3기 정부는 성장에 방점을 두었던 기존 정책에서 분배를 신경 쓰는 쪽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총선보다 대폭 의석수가 늘어난 야권 연합세력들의 견제도 한층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밀어붙이기식 경제 정책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예상은 인도 증시에서도 바로 나타났다. 예상과 달리 BJP가 이끄는 여권 연합인 NDA의 의석수가 저조하게 나오자 인도 증시는 6% 가까이 폭락했다.
마치 바즈파이 전 총리가 이끄는 과거 BJP 정권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바즈파이 정권은 8% 넘는 경제성장에 힘입어 ‘빛나는 인도' 건설을 외치며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하는 의문을 품은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도시 중상층과 상공업자들에게만 돌아가고 농민과 서민들은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 선거 결과 정권이 야당에 넘어갔다. 이후 새롭게 들어선 INC 정권은 보통사람을 위한 경제 정책을 택하면서 포용 성장에 방점을 두었다.
한국은 연일 ‘타지마할 이슈’로 정쟁만
이번 인도 총선 결과 여권 연합인 NDA가 다행히 과반 의석을 차지해 모디 3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지만 BJP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향후 인도 정치·경제에 불확실성은 커졌다. BJP는 총선을 앞두고 G20 의장국으로서 인도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모디 총리가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유권자들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모디 정권 1·2기 때 인도의 대외정책은 크게 친미·반중을 표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존 인도 외교정책과 사뭇 다른 노선을 취했다. 이번 선거 결과 모디 3기 정부는 기본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외교정책을 지속해서 추구하겠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남중국해 문제에 관심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자국 영해인 인도양과 벵골만 지역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십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중동·아프리카 지역과 관계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유럽과도 관계를 강화해나가면서 친미 정책도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1·2기 때와는 달리 모디 3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 내부에선 연일 ‘타지마할 이슈’로 정쟁만 난무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연구소 소장 ▷인도연구소 HK+ 사업단장 ▷<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Editor-in-Chief, Journal of India and Asian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