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치 개혁에만 전념"…회기내 중의원해산 없을 듯

2024-06-04 14:15
아사히 "중의원 해산, 총선거 실시하면 자민당 대패"
기시다, 비자금 방지 법안 통과 후 지지율 끌어올릴 계획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종료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중의원(하원)을 해산할지 여부에 대해 정치개혁에 전념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4일 "지금까지 일관되게 말해왔듯 정치 개혁을 비롯해 미룰 수 없는 과제에 전념해 결과를 내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앞서 이날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권 간부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회기중 의회 해산을 보류하는 방침을 굳혔다면서 막판 국회 정세를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번 회기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하면 '비자금 스캔들'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자민당이 크게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기시다 총리가 해산을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간 집권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가 그린 시나리오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해 총선거에서 승리하고, 기세를 몰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한다는 것이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데, 중의원 해산은 총리의 전권 사항으로 총리가 이를 활용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로 여론의 차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데 이어 지난달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 등에서도 연이어 패배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은 반년 넘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묶여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 재발 방지를 위한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 내 통과시켜 비자금 사건을 일단락 지은 뒤 향후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의원이 23일 의회 회기 종료 전 해산되지 않으면 자민당은 9월 총재 선거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의회에서 통과를 목표로 내세운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자민당과 공명당 양당의 찬성 다수로 이번 주 중의원 통과가 확실시된다"면서 "기시다 총리는 법안 통과가 가시화되면 비자금 사건에 어느 정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정권 살리기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기시다 내각은 이달부터 총 약 4만엔(약 34만 7000원)에 해당하는 소득세와 주민세를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의 외교 활동, 보수층이 지지하는 헌법 개정 논의 등에 힘을 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의 정치부 기자는 아주경제에 "기시다 총리는 자신 말고는 총재선거에 나설 인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