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대 안착하나] 잡히는 과일·채소값...환율·공공요금 남은 '변수'
2024-06-04 10:41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를 나타내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달 사과, 배 등 신선과일 가격은 여전히 높았지만 4월보다 전체 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지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다만 급등한 환율 의 영향으로 상승 중인 수입물가와 이달 말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하반기 물가 흐름의 변수로 지목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1년 전보다 2.7% 올랐다. 지난해 8~12월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간 물가상승률은 1월 2.8%를 기록하며 2%대로 내려섰다. 이후 2~3월 각각 3.1%로 올라선 이후 4월(2.9%)부터 2%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먹거리와 석유류가 주도했다. 농축수산물은 8.7% 상승했다. 사과(80.4%), 배(126.3%) 등 신선과실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정부가 가격 안정 자금을 투입한 돼지고기(-5.2%), 국산쇠고기(-2.3%), 닭고기(-7.8%) 등 축산물도 올 1월 이후 4개월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3월부터 반등한 석유류 가격은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5월 석유류 제품은 1년 전보다 3.1% 올랐다. 2023년 1월(4.1%) 이래 16개월 만에 최고치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 역시 지난달 0.12%를 나타내며 4월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는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등락하게 되는데 지난달에는 올랐다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달 오른 국제유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신선식품지수는 17.3% 올랐다. 신선식품지수 중 신선과실이 1년 전보다 39.5%, 신선채소는 7.5%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정부는 2%대 물가 안착을 위해 하반기 먹거리 물가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 바나나·파인애플 등 과일류 28종, 무·배추 등 농산물 4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해 공급을 늘리고 오렌지·커피농축액 등 19종에도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불안정한 환율과 여름철 에너지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 등이 변수다. 올 들어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며 올 4월까지 수입물가가 4개월 연속 올랐다. 전기요금도 요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누적된 동결 여파로 3분기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이달 말로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석유류 가격 상승세도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요금은 민생과 직결된 만큼 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로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