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십 시간 걸릴 마늘 채취, 기계로 1시간 만에"…농진청, 밭농사 기계화 박차
2024-05-30 11:00
영천서 마늘 수확기 개선 모델 시연…일손 부담 덜고 생산비 절감
트랙터가 지나가니 사람 무릎 길이만큼 자랐던 마늘 줄기가 고르게 잘린다. 그 위로 또 다른 트랙터가 지나가자 땅 속에 묻혀 있던 통마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9일 경북 영천 '마늘 수확 기계화 모델 현장 연시회'에서 목격한 광경이다. 이날 행사에서 농촌진흥청은 마늘 줄기 절단기, 굴취 수확기 등 한층 개선된 밭 농업 농기계들을 선보였다.
마늘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특히 수확은 기계 보급이 저조한 탓에 대부분 사람 손에 의존한다. 문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 지역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020년 기준 230만명으로 연평균 3.54%씩 줄고 있고 만 65세 이상 고령 경영주 비율은 2000년 32.7%에서 2022년 63.2%로 급등했다.
그간 농진청은 파종기, 정식기, 줄기절단기, 굴취기, 수집기 등 마늘‧양파용 농기계를 다수 개발해 왔다. 이날 시연 행사에 등장한 마늘 줄기 제거기와 마늘 굴취기 등은 40분에서 1시간 30분 내에 10a(약 300평) 면적에 대해 작업을 완료하는 성능을 보였다. 사람 1명이 손으로 작업하면 수십 시간이 걸리거나 1시간 내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수십 명이 필요한 면적이다.
마늘 파종 역시 노동 집약적 작업이다. 한 사람이 직접 파종을 하면 10a 기준 약 49시간 걸린다. 인건비만 62만원 이상이다. 기계가 대신하면 노동력은 98%, 생산비는 82% 줄일 수 있다고 농진청 측은 설명했다.
마늘‧양파를 중심으로 '밭 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 모형 확립과 보급 확산'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농진청은 지난해 현장 실증에 집중한 결과 주산지인 창녕과 무안 지역 기계화 재배 면적을 약 43%까지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완주, 홍성, 해남 등 권역별 주산지를 중심으로 현장 실증을 확대하고 양파, 마늘 외에 감자 파종기, 배추 정식기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지난 1년간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기술 실증을 추진하면서 항상 현장 의견을 우선으로 반영해 수많은 전문가와 재배 모형을 개선해 왔다"며 "앞으로도 일손 문제를 해결하고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