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졸업생은 관료" 옛말…올해 행시 지원자 도쿄대 최저

2024-05-29 14:35
공무원 종합직 시험 시행 후 지원자도 역대 최저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블랙 직장' 인식 만연

도쿄대 야스다강당[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봄 실시된 일본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에서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출신의 합격자 수가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한국의 5급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에 해당하는 이 시험에 합격하면 일본 중앙 부처 관료로 입성하게 된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올해 일본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에서 도쿄대 출신 합격자는 전체 1953명 중 189명으로, 해당 시험이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일본의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 경쟁률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 기피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대 출신 지원자와 같은 유능한 인재들이 관료직을 꺼리는 현상이 눈에 띄면서 일본 관료 사회 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매해 봄 실시되는 종합직 시험에서 도쿄대 출신 합격자 비율은 2015년에 26%였으나 올해는 9.7%로 급감했다. 종합직 시험 경쟁률 자체도 7대 1로 역대 가장 낮았으며 지원자도 1만 3599명으로 최저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원자 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2014년 종합직 합격자 중 도쿄대 출신은 438명이었으나 10년 만에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배경에는 도쿄대 학생의 의식 변화가 있다"고 짚었다.

올해 시험에서 도쿄대에 이어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은 교토대로 120명이었다. 이어 리쓰메이칸대(84명), 도호쿠대(73명) 순이었다.

종합직 시험은 재무성, 경제산업성, 외무성 등 중앙 부처 간부 후보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과거에는 시험에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과도 같은 일이었다. 도쿄대는 ‘관료 사관학교’라 불릴 만큼 많은 졸업생들이 공무원으로 진출해 관료 사회를 장악해 왔다.

하지만 현재 중앙 부처 공무원은 장시간 노동과 잔업, 저임금에 시달리는 '블랙 직장'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일본에서는 불합리한 근무 조건의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블랙 기업'이라 부른다.

실제 종합직 시험을 실시하는 일본 인사원이 2021년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가 공무원을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사람 중 76%가 "입사 시험공부와 준비가 힘들어서"를 꼽았고, 55%는 "초과근무와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근무가 많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대신 유능한 인재들은 사기업을 택하고 있다. 도쿄대학 신문사가 집계한 2022년 3월 졸업생 취업 명단에 따르면 학부 졸업생이 취업한 곳은 라쿠텐 그룹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 인사원은 2023년부터 입사 시험을 예년보다 시기를 2주 정도 앞당겨서 시행하고 있다. 사기업의 구인 시기와 겹칠 경우 지원자 수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합직 시험의 지원자 수는 해가 거듭될 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편 올해 여성 합격자는 652명으로 작년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비율은 33.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