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개 라인에서 9종의 차량이 동시에 생산"...토요타의 비밀병기는 '멀티 패스웨이'
2024-05-29 01:13
'삐이잉~'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작업자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눈에 띄는 이곳은 글로벌 완성차 1위 기업인 토요타 모토마치 공장의 생산조립 1라인이다. 모토마치 공장은 미라이(수소차), 크라운(하이브리드), 렉서스 RZ(전기차) 등 무려 9가지 모델의 차량이 동시에 생산되는 하이브리드 형 공장으로, 토요타의 미래 전략인 '멀티 패스웨이'를 실현할 전초기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모토마치 공장에서 만난 미야베 요시히사 공장장은 "모토마치 공장은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Muti Pathway)'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휘발류와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4개의 파워트레인이 부착된 9개의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제조 효율성은 물론 불량률, 자원낭비 등 제로 웨이스트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와 미래 자동차, 자연과 공존하는 인류의 도전을 가장 잘 표현한 제조시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멀티 패스웨이'는 전 세계 각 지역의 에너지 수급과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차종을 공급하는 토요타의 미래 전략으로,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다. 미야베 공장장은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원을 비롯해 기술을 활용하고, 인재를 취하는 방식까지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같이 가고 있다"면서 "새로운 자동차 기술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제조 방식을 통해 광의의 '멀티 패스웨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 다양한 차종이 동시에 생산되다보니 근로자들은 공장 입소 후 약 한 달간의 파워트레이닝을 거쳐 관리자의 승인을 얻어야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조립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차량의 정보가 작업자의 태블릿 PC를 통해 전달되면 근로자들은 차량별 레시피에 맞춰 엔진, 배터리, 내장제 등을 능숙하게 조립한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기계보다 더 정교하고 빨랐다. 다루는 차량이 많아 고된 업무강도에도 작업자들의 불만이 없는 건 '다른 사람의 일을 더 편하게 만들자'는 TPS(Toyota Production System) 원칙 덕분이다.
자동차 한 대당 필요한 1만2000~3만개에 달하는 부품은 로봇들이 적재적소에 배달한다. 만약 작업 중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자는 '노란색' 경고등을 울려 조립을 중단할 수 있고, 관리자가 직접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인간과 기계의 장점만 적극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토요타의 모노즈쿠리 역량(장인정신)과 1등 품질의 배경이라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야베 공장장은 "토요타는 '인간 중심의 제조로 자동차의 미래와 공장의 현 상황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특히 혼류를 통해 타쿠미(Takumi) 엔지니어들의 역량과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어렵다고 여겨졌던 독특하고 복잡한 디자인도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 데모 생산라인을 구축해서 미래 장비 개발의 리드타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 토요타가 추구하는 모노즈쿠리를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