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텔 CEO 6월 방한 무산...반도체 코리아 패싱 현실화
2024-05-26 17:20
대만 이어 한국 오려던 계획 취소...삼성전자와는 추후 만나
엔비디아·퀄컴·AMD CEO 대만行, 미국-대만 연결고리 강화
엔비디아·퀄컴·AMD CEO 대만行, 미국-대만 연결고리 강화
26일 업계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6월 4~5일 방한 계획을 취소하고 이를 파트너사들에 통보했다. 이에 당초 겔싱어 CEO가 진행할 것으로 여겨졌던 '인텔 AI 서밋 서울' 행사 키노트(기조연설)는 저스틴 호타드 인텔 데이터센터·AI그룹 수석 부사장이 대신한다.
겔싱어 CEO는 당초 6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4 행사 키노트를 진행한 후 한국을 찾을 계획이었다.
업계에선 그가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을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공급 확대와 AI PC 사업 협력 등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 수장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되면서 추후 새 만남의 자리를 가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세계 1·2위 메모리 경쟁력을 제외하면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외되고 있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대만의 반도체 연결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보조금 등 강한 반도체 지원 정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겔싱어 CEO를 필두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리사 수 AMD CEO 등 주요 시스템 반도체 업체 대표들은 6월 초 대만을 잇달아 방문한다. 모두 컴퓨텍스 행사 키노트 연사로 나서서 자사 AI칩 경쟁력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들이 대만 ICT 행사에 서는 가장 큰 이유는 대만 정부 및 TSMC와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데 있다.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은 대만을 전 세계 AI·반도체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엔비디아·AMD·마이크론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핵심은 "미국이 설계하고 대만이 만든다"에 있다. 대만 정부는 'A+산업 혁신 R&D 프로그램'이라는 보조금 정책을 미끼로 그동안 자국이 취약했던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센터를 자국 내에 유치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엔비디아에 각각 47억2200만 대만달러(약 2000억원)와 67억 대만달러(약 2800억원)를 주기로 했고, AMD에도 50억 대만달러(약 2100억원)를 지급하는 안건을 놓고 협의 중이다.
라이 총통은 "산업의 AI 전환과 AI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대만 국력과 군사력, 인적 역량, 경제력 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반도체 연결고리를 강화할수록 자국 안보가 강화된다는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