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특검' 추진하는 국민의힘…與 내부 "野와 다른 모습 보여야"

2024-05-26 14:56
"국민, '맞불 특검'으로 읽을 것"
"야당식 특검 정쟁 따라해 무슨 소용"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밀어붙이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는 '야당식 특검 정쟁을 따라해선 안 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 언급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문제삼고 있다. 김 여사가 관광을 위해 영부인 권력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게 핵심이다.

김 여사가 인도로 간 것은 2018년 11월 4일이다. 3박 4일 일정으로, 문 전 대통령 동반 없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다녀왔다. 김 여사는 외교 일정 첫날인 5일은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면담했고, 뒤이어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의 부인이 초청한 오찬에 참석했다. 6일에는 아요디아에서 열리는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기념비에 헌화한 뒤 디왈리 축제 개막식과 점등행사에 참석했다. 7일에는 인도의 대표적 이슬람 건축물인 '타지마할'에 방문했는데, 이는 사전 공식 일정표에는 없던 행사였다.

국힘의힘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인도로 출장가면서 예산 규모가 급등했다.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포함한 문체부 인원들의 출장 소요 금액은 약 440만원에 불과했으나, 김 여사의 동행으로 대통령 전용기 사용에 따른 비용 2억4000여 만원 등이 추가되며 출장 총비용은 총 3억7320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문제를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으로 풀어나간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특검법 추진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당내 의견을 수렴해 방식을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다만 여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있다. 햇수로만 약 6년 전의 사건을 왜 이제 와서 특검을 추진하냐는 게 반대 이유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충분히 추진할 수 있었던 일을 왜 22대 국회에서 처리하려 드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채상병 특검법에 김정숙 여사 사건으로 '맞불 특검'을 놓으려는 것으로 읽으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중진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의석수가 부족한데 야당식 특검 정쟁을 따라해서 무슨 소용이냐. 당 지도부부터 빨리 뽑고, 민생 법안을 내서 정쟁에 올인하는 야당과 다른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