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출발한 국가유산청…'퓨전한복'엔 60년 전 잣대?

2024-06-03 00:00
최응천 청장 "전통한복 고유성 해친다"
경복궁 일대 한복점에 연대 계도 방침
뉴진스 등 착장 인기…관광 트렌드로
시대 흐름에 맞춰 수용·변화의 노력을

기수정 문화부장
#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빌려 입는 한복들은 실제 한복 구조와 맞지 않거나 '국적 불명'인 것이 많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한복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개선할 시점입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옛 문화재청장)이 국가유산청 새 출범을 맞아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전통한복’을 기준으로 경복궁 일대 한복점에 개선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이 앞장서서 우리 고유 한복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최 청장은 궁 주변 한복 대여점을 대상으로 '올바른 전통 한복 입기'를 위한 계도 작업을 연내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증된 복식 제시 △한복 착용자 고궁 무료 관람 조건 재검토 △우수 전통 한복 대여업체를 지원·양성 등 방안을 제시했다. 

최 청장은 새로 출범하게 된 국가유산청을 소개하며 "궁궐 일대 한복 문화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가유산청 출범 이후인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뉴 제너레이션 공연'(이하 '코리아 온 스테이지')이 열렸다. 국가유산청이 새로 출범한 것을 축하하고 이를 알린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공연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뉴진스다. 국보 근정전 앞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뉴진스 멤버들. 이들은 각기 다른 색의 ‘퓨전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전통 장신구 등을 활용해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사회를 맡은 뉴진스 멤버 다니엘은 공연 분위기에 맞게 보랏빛 퓨전 한복을 입고 등장해 관객들을 환호케 했다.


전통 한복의 고유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퓨전 한복'을 향해 칼을 빼들겠다고 밝힌 최 청장 발언과 상반되는 국가유산청 출범 기념 공연 상황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복 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는 문화체육관광부 행보와도 상반된다. 문체부는 한복 중소기업과 한류 문화예술인 간 협업으로 한복을 디자인해 한류 외연을 전통문화로까지 확장하기 위해 '한복 분야 한류 연계 협업콘텐츠 기획·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 옷 한복을 홍보하는 사업을 통해 제작한 수지의 한복 화보 영상을 뉴욕 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에 있는 전광판에 공개해 큰 호응을 얻지 않았나.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중 90%는 '퓨전 한복'을 선호한다. 이들이 한복을 대여하는 주된 목적은 '사진'을 남기는 데 있지만, 뉴진스·블랙핑크가 화보 촬영 때 입은 개량·생활 한복을 체험하려는이들도 부지기수다. 아이돌 그룹의 착장으로 인기를 끄는 퓨전 한복은 '한국 관광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퓨전 한복을 '일본풍 또는 중국풍'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퓨전 한복은 한국 여행 시 꼭 체험해야 할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시대가 변했다. 의복 트렌드도 세월 흐름에 맞게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퓨전 한복은 전통 한복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치는 행위로 바라보지 말고 전통을 현대화하려는 의지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다수가 외면하는 전통은 무의미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을 많은 이가 즐기고 호응할 수 있도록 수용과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시대적 변화에 맞춰 전통을 계승하는 방법이다. 

문화재청도 60년 만에 '국가유산청'이라는 포괄적 의미와 기능을 품고 새출발한 마당에 퓨전 한복에 대해선 왜 60년 전 잣대를 들이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