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한중일 정상회의, 악수 자체에 의미"

2024-05-24 17:34
중단됐던 고위급 외교 유지에 무게
시진핑 부재…군사·외교·안보 의제서 밀려나
미중 갈등·양안 긴장 속 열려…돌파구 찾기 힘들 전망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6일부터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수년간 악화한 3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다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회의는 3국 정상이 만나 악수를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리창 중국 총리, 기디사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다음날인 27일에 3자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재로 인해 군사, 외교, 안보 문제가 사실상 의제에서 밀려났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경제 및 무역, 기후변화, 문화교류, 보건 및 고령화, 과학, 재난 대응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인 만큼 3자 회의가 주요 사안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무대가 될 가능성은 작다. 

한 외교관은 “나는 오래 이 일을 했다”며 “3국 사이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3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외교관은 중국이 공동성명에 공급망 안정과 관련한 내용을 넣길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 소식통은 정상회의가 인적교류 등 실질적인 분야에서 진전을 보일 수 있길 기대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 2명도 굵직한 발표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정상회의가 재개된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에 대한 우려를 중국 정부가 해소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소식통은 비자, 직원 안전, 지식재산권 보호, 자동차 수출 등과 관련해 일본 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중국과 가까운 두 나라인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 행보를 보이는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중국의 골칫거리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중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하고 사흘 만에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는 등 양안 간 긴장의 파고는 당분간 높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해, 중국이 강력 항의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는 4년 5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3국은 2008년부터 매년 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2019년 8차 회의를 끝으로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