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망 피한 中 배터리 중소기업들...소규모 투자로 미국 진출 시도

2024-05-24 16:37
신저우방, 美자회사 통해 전해질 생산 공장 2곳 건설 계획
커다리는 배터리 부품 공장 건설...4900만달러 규모
"무역전쟁으로 중소기업 미국 진출이 더 유리"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중국국제공급망엑스포(CISCE)에 장식된 CATL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대(對)중국 ‘폭탄 관세’를 예고하며 닝더스다이(CATL)·비야디(BYD) 등 중국 업계 간판 기업들을 집중 견제하고 있는 사이, 중소기업들이 소규모 투자를 통해 조용히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 설립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인다는 전략이다.  

2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문턱을 높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미국 내 자회사 설립을 통해 현지 진출의 기회를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LIB)용 화학물질 생산업체인 신저우방(新宙邦)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탄산염 용매와 전해액 연간 생산량이 각각 20만톤, 10만톤에 달하는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신저우방은 이미 미국 자회사를 통해 루이지애나주 정부와 세금감면협정을 체결하고, 현지 고용 창출 등을 조건으로 세금 감면, 인프라 구축 보조금 등의 혜택을 제공받기로 했다. 신저우방이 10년 동안 누리게 될 세금 감면액은 총 7130만 달러(약 977억원) 정도다.

신저우방은 루이지애나주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북미 시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질 등 배터리용 화학물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에 설립돼 2010년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신저우방은 전자제품 생산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업체다. ‘업계 글로벌 리더’를 기치로 내세운 신저우방은 지난해부터 폴란드에서 연간 전해액 생산량 4만톤 규모의 공장 가동에 돌입했으며, 약 11억유로(약 1조6298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미국에서도 이미 오하이오주에 2025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1억2000만 달러 이하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최근 리튬이온배터리 부품 제조업체인 커다리(科達利)도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최대 49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저우방과 마찬가지로 1996년에 탄생한 커다리는 리튬이온배터리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2017년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됐으며 CATL과 BYD 등 자국 기업들 외에도 국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력해 왔다. 이번 미국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한국 기업 한 곳, CATL 등과 협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미국) 투자 소식은 중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의사 결정에 있어 더 유연할 수 있고, 기회비용도 낮다. 향후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할 경우에도 지분구조가 복잡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고 짚었다. 

실제 관세 장벽 외에도 중국 대형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지정학적 갈등의 표적이 되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CATL이다. CATL은 지난해 2월 포드가 전액 출자해 짓는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에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기로 했으나,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면서 공장 건설이 두 차례 중단된 바 있다.

다만 CATL은 테슬라와 테슬라 네바다주 공장에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기로 했고, 제너럴모터스(GM)와도 이 같은 협력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등 계속해서 미국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