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혐오스럽다"...삼성전자 전 특허 임원 소송 기각

2024-05-23 17:35
이전 부하 직원과 공모해 내부 자료 빼돌려
삼성전자 재직 중 회사 지원으로 변호사 취득..."사법정의에 반해"
추가 소송 불가능 못 박고 윤리위원회 회부

[사진=아주경제 DB]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 전 특허 담당 임원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을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판단하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최근 삼성전자 특허 담당 임원이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설립한 특허관리 회사 '시너지IP'와 특허권자 '테키야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 침해소송에 관해 기각 판결을 했다.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안 전 부사장 등이 불법으로 삼성전자의 기밀 자료를 도용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안 전 부사장 등의 불법 행위와 함께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적시했다. 이와 함께 관련 내용으로 재소송은 불가능함으로 못 박았다.

2010~2018년 삼성전자 IP센터장을 역임한 안 전 부사장은 2019년 7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이듬해 6월 시너지IP를 세웠다.

시너지IP와 테키야는 2021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동부지법에 "삼성전자가 테키야의 오디오 녹음 장치,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 관련 특허를 무단으로 자사 제품에 활용했다"며 소송을 냈고, 삼성전자는 2022년 2월 두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비밀 도용과 신의성실 의무 위반의 반소를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은 이전 부하 직원이었던 삼성전자 내 특허담당 직원과 공모해 테키야 관련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

안 전 부사장은 소송 자금 투자자인 중국계 특허법인 퍼플바인IP와 테키야 특허소송 로펌 등에 삼성전자의 테키야 현황 보고 자료 등을 공유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판결을 내린 특허 전문 판사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는 "안 전 부사장이 도용한 테키야 현황 보고 자료는 테키야 소송 관련 삼성의 종합적인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안 전 부사장은 증언 녹취 과정에서 이 같은 부정 취득 사실 등을 부인하고 관련 증거를 삭제하기 위해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 변호사-의뢰인 특권에 따라 보호되는 삼성전자 내부 기밀 자료 내용을 유출하라고 삼성전자 내부 직원에게 지시해 그 내용을 2시간 만에 전달받는 등 재판 디스커버리(공판 전 소송 당사자가 상대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나 서류를 공개하는 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의 행위가 변호사로서 삼성전자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하고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 재직 당시 회사 지원으로 미국 로스쿨에 유학을 가서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점을 지적하며 "법치주의와 사법정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미국 캘리포니아·뉴욕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판결문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은 관련 내용으로 한국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