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中 경협 훈풍부나] 13년째 공회전 '3국 FTA' 행로 주목...美 견제가 관건

2024-05-23 05:00
이달 말 한·일·중 정상회담서 협상 재개 가능성↑
中, 미국 견제 위한 한·일 공조 절실

 
한·일·중 교역액 및 국내총생산 [그래픽=아주경제]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13년째 답보 중인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동북아시아 역내 교역과 투자 규모 확대로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FTA 체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각국의 정치·경제적 사정과 안보 여건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2019년을 끝으로 협상조차 중단된 상태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재개 합의가 이뤄져도 3국 간 입장 차에 미국의 대중 견제 변수까지 더해져 난항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22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이달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경제·통상·안보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강력한 수출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이 한·일·중 FTA 협상 재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유럽에까지 대중 관세 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중국으로서도 한·일과 공조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2012년 시동을 걸어 2019년까지 16차례 진행된 한·일·중 FTA 협상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 범위를 놓고 3국이 평행선을 달렸다. 최근 글로벌 경제·안보 분위기상 우리나라와 일본이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중국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동북아 지역의 변화한 통상 여건도 FTA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의 글로벌 무역통계 서비스(K-stat)를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수입은 각각 19.9%, 7.6% 줄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 적자(180억 달러)도 발생했다.  

3국 간 산업 구조가 변모한 게 주요 요인이다. 그동안에는 한국이 일본에서 자본재를 수입해 중간재를 생산한 뒤 중국으로 수출하면 중국이 조립·가공해 소비재를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 체제가 유지됐다.  

그러나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역 구조가 점차 수평화하고 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수출은 강화되면서 한·일과 경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어느 분야를 열고 상대국의 어느 분야를 공략할지 판단하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노동집약적 품목은 중국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의 농산물·섬유 등 시장을 잠식할 여지가 크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어떤 식의 다자 무역협정도 반길 사안이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무역수지도 44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수출 여건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를 10% 부과하는 정책이 현실화할 수 있다.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지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 수출 시장 추가 확보가 절실해진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축소되는 상황이라 한·일·중 FTA 체결이 중국 시장 재공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3국 FTA가 기존 다자 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을 이뤄낼지가 쟁점이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일본이 견인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은 개방률이 낮은 데다 지식재산권 통일에 실패했다는 한계가 제기된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한·일·중 FTA 논의가) 의무를 서로 강조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FTA까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망 협력이나 그 전 단계부터 논의를 시작해 차차 발전시켜 나가는 순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