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인순이의 하고 싶은 것들을 실행하는 원동력

2024-05-22 10:05

나이가 들수록 많은 걸 내려놓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도전할 용기를 내려놓게 된다.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어도 잃는 것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데 가수 인순이는 늘 새로운 걸 도전하고 있다. 해밀학교 이사장, 머슬 대회 참가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골든걸스라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고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늘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인순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가수이자 해밀학교 이사장, 작가 인순이 [사진= 김호이 기자]

 
‘안녕,해나’와 ‘어떤 여행’은 어떤 책인가. 직접 소개부탁드린다
-'안녕,해나'는 부드럽게 전개되고 단어들 조차 어렵지 않지만 다름과 자존감에 대한 깊은 내용이 담겨있다. 아주 쉽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고 '어떤 여행'은 나를 사랑하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짧지만 깊은 내용의 책이다.
 
‘딸에게’ 출간 이후 11년만에 출간한 책인데 소감이 어떤가
-'딸에게' 때와는 다르다. ‘딸에게’는 우리 딸 세인이만 봐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썼다면 '안녕 해나'와 ‘어떤 여행’은 더 넓은 마음과 시야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더 설레고 조금 더 무게감과 책임감이 담겨있는 책이다.
 
오랜 시간 동안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힘을 줬고 이번에는 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힘을 전해주고 있는데 언제 음악과 말, 글의 힘을 가장 크게 느끼나
- 남들이 써놓은 글을 보면서 글의 힘이 충분히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는 내 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그리고 노래의 힘은 엄청난 것 같다. 3분 동안 표정과 목소리 등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힘이 있다.
 
책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 생각은 없나
- 이 책이 6쇄까지 나오게 되면 노래를 만들어서 책에 큐알코드를 넣겠다(웃음).
[사진= 김호이 기자]


다양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소개를 하고 싶나
- 호기심 천국이다.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요즘에는 해밀학교에서 발명대회를 열어서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바둑과 장기대회를 열고 싶다. 그걸 통해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질 것 같다.
 
1978년 희자매를 통해서 데뷔를 했는데 최근에는 골든걸스를 통해서 새로운 데뷔를 했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희자매의 경험이 골든걸스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됐나
-같이 합숙을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했는데 내 말이 맞다고 우겨서 되는 게 아니다. 희자매 때는 매니저가 시키는 걸 하면 됐지만 골든걸스의 네명 모두가 자신만의 길을 열심히 걸어온 사람들이다.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자신만의 기준들을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어야 됐다. 세상을 살면서 나이를 먹으니까 서로 양보하고 받아들이는 게 편했다.
 
같은 시대에 활동을 했던 친구에서 동료가 됐는데 인순이에게 친구와 동료의 의미가 궁금하다
-짜릿하거나 가슴이 아픈 순간을 같이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동료이고 추억을 얘기하면서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게 친구같다.
 
과거 희자매 때는 동료들과 어떤 고민들을 나눴고 지금 골든걸스 멤버들과는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
- 희자매 때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틀리지 않고 잘하면서 경쟁에서 이겨야 되는 고민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했다. 히트를 하고 인기가수가 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면 지금은 무대 위에서 틀리지 않고 완벽한 무대를 보여드리면서 어떻게 하면 진영이에게 지적당하지 않을까하는 재밌는 고민들을 나눈다(웃음). 우리는 경쟁자가 없다. 처음부터 재미로 결성된 팀이라서 각자 살아온 경험들과 틀리지 않고 잘해야 되는데 마음처럼 안된다는 이야기들을 한다(하하).
 
과거보다 지금이 더 발전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순간의 문제에 대처를 잘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해도와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다. 내 노래와 하고자 하는 일들에 내 경험이 접목되는 걸 볼 때는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뭔가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이 행복이다. 이 순간을 기억을 잘하면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성공은 비정한 것 같다. 어떨 때는 독하고 냉정해야 된다. 그래서 성공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싶다. 성공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지만 성장은 계속 연결되는 거다. 성장의 순간들이 점이 되어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찍혔으면 한다.
인터뷰 모습 [사진= 김호이 기자]


그때로 돌아가도 가수로 살고 싶은가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 여기는 건 뭔가
-내가 때 믿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
 
김완선의 이모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매니저였던 한백희의 영향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의 인순이를 만든 인연들이 궁금하다
- 한백희 씨가 색다른 팀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혼혈인 나와 비다문화 친구 두명이 함께 팀을 만들면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언니는 아이디어가 많고 엔터테인먼트계에서는 시대를 앞서갔었다.
 
살아왔던 배경이 노랫말에 어떤 영향을 줬나
-다양한 경험을 한 것들이 나도 모르게 노래에 얹혀지는 것 같다. 다양한 삶을 경험했다는 걸 알고 있는 팬들은 나의 스토리와 노래를 연결시키고 있다. 아버지라는 노래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없지만 나의 아버지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노랫말에 추상적인 건 없다. 가사가 좋다는 생각이 들면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연습을 계속한다.
 
아버지, 딸에게 등 가족에 대한 노래들이 유독 많은데 인순이에게 가족의 의미가 궁금하다
-내 힘의 원천이다. 해밀학교 아이들도 나를 너무 좋아해준다. 그럴 때 벅차도록 행복하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노래에만 머물지 않고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하면서 유독 딸과 많은 걸 함께 하는 게 눈에 띄었다. 그 이유가 뭔가
-딸 세인이가 끼가 많은데 그걸 몰랐다. 이 분야의 생명이 길 수도 있지만 짧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추천하지 않았다. 근데 세인이의 노래를 들어보니까 잘 부르더라. 세인이가 원한다면 우리만 소장할만한 음반을 만들어주고 싶다.

새로운 도전들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40년 넘게 노래하는 동안 매니저와 항상 함께했었다. 공연이 끊이지 않아서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더라. 이제는 해보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머슬대회도 나갔다.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걸 계기로 백두대간도 가고 산티아고도 갔다. 학교 아이들과 더 깊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코칭도 배웠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하다
- 책임감이 따르는 것 같다. 몸관리나 목관리처럼 사람들이 좋아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관리를 잘 해야된다. 내 관리를 책임감 있게 잘 해야된다.
인순이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변화무쌍한 가요계에서 오랫동안 완성도를 유지하며 커리어를 이어간 비결이 궁금하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된다. 팬들이 제일 먼저 눈치 채는 것 같다. 우리가 힘들어하거나 노래하다가 실수 하는 걸 관객이 제일 먼저 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자신감과 대담함, 솔직함도 있어야 된다.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
 
처음 가수를 시작했을 때의 꿈을 얼마나 이뤘나
- 이정도까지 될지 몰랐다. 꿈도 없었고 노래로 돈을 번다는 생각만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했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기적 같고 감사하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고 지금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
- 어렸을 때는 엄마를 위해서 달려왔고 아이를 낳고 난 후에는 멋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 좌절하는 모습을 안 보여줬다. 늘 당당하고 이 사회에서 여자로서 멋지게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학교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진정한 롤모델이 되고 싶다.
마지막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웃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 매순간 자랑스럽다. 나는 이만큼 성공할 줄도 몰랐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책도 쓰고 가지를 넓혀가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가수로서 인순이, 해밀학교 이사장으로서의 김인순, 사람으로서의 김인순은 어떤 사람인가
-용감한 사람같다. 환경이 다르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수로서, 해밀학교 이사장으로서, 그리고 세인이 덕분에 인간 김인순으로서도 성공한 것 같다. 해밀학교는 더 발전시켜 나가야된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인순이의 꿈은 뭔가
- 학교 근처에서 살면서 재밌는 것들을 하고싶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면서 많은 걸 내려놓으며 매너리즘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나이가 들다보니까 하고 싶은 것들을 망설이게 된다. 근데 나이가 든다는 건 지혜로워지고 깊어지면서 경험치가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용기를 내려놓을 게 아니라 경험을 가지고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용기를 내려놓지 말고 도전해봤으면 한다. 해볼만하더라. 골든걸스를 하면서 백번 연습하니까 가사 안 까먹고 춤 안무 안 까먹고 하더라.
인순이 이사장과 [사진= 김호이 기자]
 
인순이 이사장과 이현(촬영)과 [사진= 김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