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소외 계층·장애인 우선…신격호 정신으로 돌아갈 것"

2024-05-13 14:43
장혜선 이사장, 국내·외 오가며 현장 행보
"수혜자가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봐야"
재단, 소외 계층·외국인 근로자·장애인 초점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롯데쇼핑센터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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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롯데쇼핑센터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재단 설립 초기의 초신으로 돌아가 소외 계층과 장애인을 돕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이사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장손녀다. 그는 지난해 8월 롯데삼동복지재단, 11월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잇따라 선임돼 롯데복지재단을 맡은 이승훈 이사장과 함께 3개 재단 활동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소외 계층,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을 10차례 이상 언급했다. 재단이 각별히 신경 써서 챙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재단에는 롯데장학재단·롯데복지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등 총 3개 재단이 있다. 신 명예회장 장녀이자 장 이사장 어머니인 신영자 여사는 롯데재단 의장을 맡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1983년 신 명예회장이 사재로 설립했고, 롯데복지재단은 1994년 외국인 근로자를 돕기 위해 롯데그룹 계열사 출연금 50억원을 기본 자산으로 만들어졌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2009년 신 명예회장이 고향인 울산 발전을 위해 570억원 규모 재원을 투입해 만든 재단이다.
 
서울 중구 롯데쇼핑센터빌딩에 있는 롯데재단 복도에 각 재단을 소개하는 사진과 문구가 걸려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장 이사장 집무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각 재단을 소개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 롯데장학재단·롯데복지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사진 아래에는 각각 △꿈과 미래 △나눔을 통한 희망 △지역 사회 변화라는 소개 말이 붙어 있다.

특히 장 이사장은 취임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나섰다. 봉사 장소인 상계3·4동은 좁은 골목을 따라 집이 이어져 있어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이다. 이에 장 이사장은 검은색 팔토시에 빨간색 목장갑을 끼고 재단 관계자·ROTC 봉사단과 함께 연탄을 날랐다.

지난달에는 장학금 지원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다낭·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방문했다. 장 이사장은 "수혜자가 무엇을 원하고, 얼마만큼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관계자가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도서관 건립 기념식과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롯데장학재단]

이날 장 이사장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즉, 재단 설립 취지에 맞춰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신 명예회장)는 늘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재단은 취약 계층,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재단은 지난 3~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뮤지컬 더 리더(The Reader·부제 '책 읽는 경영인')에 다문화 가정, 독거 노인, 장애인을 초청했다. 더 리더는 신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해 만든 뮤지컬로, 신 명예회장 청년기 시절 도전이 담겨 있다. 공연 제목은 장 이사장이 직접 지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는 늘 책을 읽고 계셨다. 그래서 책을 읽는 리더이자 경영인이라는 뜻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즉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뜻인 더 리더(The reader)와 경영자라는 의미인 더 리더(The leader)의 중의적 표현을 의도한 셈이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롯데쇼핑센터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인 신 명예회장의 정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각별했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할아버지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만났고, 아프셨을 때는 거의 매일 만났다"며 "누구보다 서로 통하는 게 많아 애틋하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의 정신을 신뢰와 열정으로 정의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신뢰와 열정을 중요하게 여겼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특히 무엇이든지 1등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크셨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의 뜻을 알리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모든 재단 사업명에 '신격호'를 넣고 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가 남겨준 기금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며 "모든 지원 사업에 '신격호'라는 이름을 붙여 누가 혜택을 주는지 알리고 또 널리 알리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지원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해외 지원을 늘리는 이유에 대해 "같은 액수로도 더 많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일한 자금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를 도울 수 있을지 늘 고심한다"며 "우리에게 1순위는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이지 국적이 아니다"고 했다.
 
롯데장학재단이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신격호 롯데장학관' 1층 로비에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흉상 제막실을 했다. [사진=롯데장학재단]

장 이사장은 하반기(7∼12월)에 롯데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신격호 롯데장학관' 입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앞서 롯데장학재단은 서울 마포구 소재 대학생연합생활관을 지난달부터 직접 운영하기로 하고, 명칭을 '신격호 롯데장학관'으로 바꿨다. 해당 기숙사는 저소득층 대학생 약 150명에게 2인 1실 숙소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는 "작년에는 위탁 운영했으나 지난달부터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통금시간을 오후 9시에서 자정으로, 선발 성적 기준을 낮추는 등 학생들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편의시설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이곳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공부하는 이들이기에 모두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며 "기수별로 '자랑스러운 모임'을 만들어 이들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