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강남권 '하이퍼엔드' 주택도 흔들··· 저조한 분양에 본PF 전환 '첩첩산중'
2024-05-14 06:00
분양가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초고급 '하이퍼엔드' 주거단지 개발사업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맞춤형 입지와 상품성으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하이퍼엔드 주거단지는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디벨로퍼 알비디케이(RBDK)는 하이퍼엔드 주거단지 '더피크 도산' 사업을 위해 2022년 6월 말 대주단과 총 2000억원 한도의 대출약정(브릿지론)을 맺었다. 대출 만기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으나 이후 2개월씩 두 차례 연장하고 최근에도 오는 10월까지로 만기를 6개월 연장하는 등 본 PF 전환이 수월치 않은 모습이다.
더피크 도산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3-3번지 일원에 지하 5층~지상 20층, 총 26가구로 조성되며, 분양가는 150억~5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분양에 돌입한 이후 현재 분양계약률이 50%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다.
RBDK 관계자는 '더피크 도산' 사업과 관련해 "현재 세대 수 기준 계약률은 50%이며, 공사비 확보를 위한 계약률 기준을 두고 세대 수 기준 계약률로 볼 지, 금액에 따른 계약률로 볼 지 시공사와 적극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위층을 겨냥한 강남권 하이퍼엔드 주택의 분양 성적이 좋지 않은 데는 공급 물량이 넘쳐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강남권에서 9곳의 고급주택 신규 공급이 진행 중이다.
시행사 골든트리개발은 지난해 8월 신협컨소시엄 외 13개 법인(대주단)과 총 18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리파이낸싱 약정을 체결했으며, 지난 2월 말까지이던 단기차입금 만기는 5월 말로 3개월 연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대로 9월에 착공하려면 5월 말에 만기 3개월 연장 후 본PF 전환돼야 하는데, 요즘 브릿지론 1~2회만 연장하고 착공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데다 강남권 고급주택 공급이 몰려 분양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든트리개발 측은 "단기차입금 추가 만기 연장을 위해 주주에 대한 자금조달 요청, 신규 투자자 물색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