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실패', 로보택시 '개발지연'...후진한 자율주행기술

2024-05-13 08:3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자율주행 연구가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과 기술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로 인프라, 주행기술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당초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시기를 2024년으로 잡았던 기업들은 사업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개발을 포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최근 직원 수를 줄이고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계획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24년 상용화 계획이었던 레벨 4(고도 자동화) 자율주행차 개발은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앱티브의 자율주행 사업부를 전신으로 하는 모셔널은 2020년 3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20억 달러(2조7450억원)를 공통 투자해 탄생했다. 현대차와 모셔널은 연내 레벨4 수준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미국 내 상업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기술적 완성도와 미국 내 도로 여건이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도 미국 규제 당국의 집중 포화로 주춤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검찰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풀셀프드라이빙(full self driving·FSD)' 기능이 단순 주행보조기술인데도 완전 자율주행 기능인 것처럼 속여 소비자와 투자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가 오토파일럿과 FSD의 성능을 지나치게 과장해 광고했고, 이런 연유로 관련 교통사고가 늘어났다고 본 것이다.

올 초에는 테슬라 모델 X, S와 사이버트럭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리콜 조치도 있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실적 후퇴가 맞물리면서 테슬라는 올 초 충전망 사업을 담당하는 '수퍼차저' 팀 500명을 전원 해고한데 이어 중국에서도 엔지니어, 물류, 생산라인 인력을 대규모 감축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주행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을 시작한 로보택시는 잇따른 교통사고로 테스트 허가가 중단됐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각각 10억 달러(1조3700억원), 26억 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해 2016년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는 한때 기업가치가 70억 달러(9조6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기대를 받았지만 2022년 폐업했다. 애플도 레벨4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2014년부터 약 10년간 1000억 달러(137조원)을 투자했던 '애플카 프로젝트'를 지난 2월 폐기했다.
 
자동차 업계가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택시 등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레벨 4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3 단계인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시스템이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면 언제든 운전자가 주행에 개입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운전자가 진다. 반면 레벨4가 상용화되면 주행의 주도권을 시스템이 가지며, 그에 따른 책임도 시스템이 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성장 둔화, 막대한 투자비용, 규제 당국의 감독 강화 등으로 완성차 업계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이 주춤하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에 따라 잠시 쉬어갈 순 있겠지만 방향성은 확실한 만큼 기업들의 연구 의지는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