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이슈] '친윤' vs '친명' 원내대표 확정...국회 주도권 쟁탈전 점화

2024-05-11 06:00
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만지작…野 "토달지 말고 전면 수용"
野, '법사위·운영위원장' 독식 엄포…與 "야당 존중 후 대화 접근"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초입에서 격돌할 거대 양당의 원내대표가 정해졌다. 국민의힘은 3파전 구도로 치러진 경선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추경호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은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의원을 선출했다. 당정이 크게 불리한 여소야대 형국에서 두 사람은 입법과 국회 구성을 비롯한 갖가지 협상 주도권을 놓고 맞붙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9일 당선자 총회를 열고 추 의원(3선·대구 달성)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여당 소속 당선자 108명 중 102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추 의원은 과반이 훌쩍 넘는 70표를 받았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108명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192석의 거대 야당은 바로 그 틈새를 계속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일 당선자 총회에서 박 의원(3선·인천 연수갑)을 원내 사령탑으로 추대했다. 추 원내대표와 달리 단독으로 입후보한 박 의원은 투표 참여자 170명이 진행한 찬반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얻어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자 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제가 단독 출마하고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이재명 대표를 기치로 해서 똘똘 뭉쳐 어려운 민생정국을 헤쳐나가고 검사독재 정권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 22대 국회 또한 계파 선명성을 토대로 정치권이 갈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야당이 지난 2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을 놓고 여당에서 반발이 나왔다. 본회의 직후 여당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로 응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9일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에 대해 "일단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추 원내대표도 이날 취임 회견에서 야당 재표결 시 대응 방안에 대해 "입장이 정해지면 그때는 단일대오로 좀 움직여줘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당 집결을 요청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토 달지 말고 채해병 특검법을 전면 수용하라"며 "만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22대 국회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도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입법 과정에서 막강한 권리를 행사하는 법제사법위원장과 대통령실을 소관하는 운영위원장 자리 독식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가져가는 게 정치권 관례였지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주요 보직을 싹쓸이해 여권을 쥐고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이 불발될 경우 국회 표결을 통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줘야 할 위기에 빠졌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도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며 강공 준비를 마쳤다. 추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간담회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등은 선입견을 갖고 미리 얘기하기보다는 야당을 존중하면서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접근해보겠다"고 했다.

여야의 치열한 샅바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방송 3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 9개 미처리 안건과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시행 등을 다음 국회 임기 내 반드시 통과시켜 개혁 드라이브를 완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