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대체하는 인공지능…AI 혁신 대비할 SW 인재 양성 시급

2024-05-09 11:17
'제3의 기술 특이점'…비정형적 고등인지 업무 수행
"중위 공급자, AI 활용한 새로운 시장 개척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라 규칙기반 소프트웨어(SW)가 수행할 수 없었던 영역에도 AI기술이 스며들고 있다. 이에 AI 혁신이 초래할 일자리 대체 파급효과의 양상 등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9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AI 기술 특이점 도래에 대응하는 제조업 SW 핵심인재 확보 전략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이 수행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업무는 사라지는 추세다. 개별 기업은 비용·편익의 관점에서 AI도입 여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산업연은 거시적으로 규제·데이터·인력이라는 국가적 특수성이 미래 AI확산과 산업구조 재편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규제의 벽이 높지만 제조업은 인재 확보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는 반복적 연산·기계제어의 정확도에 있어 인간을 넘어서는 '제2의 기술 특이점'을 가져왔다. 컴퓨터의 도입으로 미국·유럽·남미·아시아 국가에서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수 십년에 걸쳐 사무직과 기계조작자 등 단순 반복적 직업 비중이 높은 중숙련 일자리는 줄고 저숙련·고숙련 일자리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사회적 지능, 창의성, 인식·판단·조작 영역은 규칙 기반 소프트웨어가 대체할 수 없다고 여겨져왔다. 비정형적 고등인지 업무에는 인간의 지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산업연은 생성형 AI의 발전에도 비정형적 고등인지 업무도 컴퓨터기 일반인보다 우세한 '제3의 기술 특이점'이 왔다고 진단했다. 창의성, 휴리스틱(복잡한 과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직관적인 전략), 퍼지제어(퍼지 이론을 응용한 제어 기술)의 영역까지 기계가 인간을 앞선다고 본 것이다.

길은선 산업연 연구위원은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기점으로 사람이 경험에 기반해 예측하고 어림짐작해 원리를 설명할 수 없는 직관적인 인지 판단·의사 결정이 가능한 것처럼 컴퓨터도 휴리스틱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길 연구위원은 AI 기술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에서 중위 공급자의 입지 축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할 것으로 봤다. 이는 동종 업계 내부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동일 산업 내에서 공급자를 생산품의 질에 따라 상·중·하위로 구분할 때 AI의 확산은 △중하위 수요의 소멸 △하위 공급자의 질적 향상 △산업 밖 비전문가의 공급자 신규 진입 △상위 공급자의 양적 확장을 통해 중위 공급자의 입지가 다각도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위 공급자는 신기술인 AI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예컨대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필름 현상·사진 인화 수요는 대폭 감소했다. 반면 결혼식·여행 등 행사 전문 촬영 수요가 등장하며 '사진 촬영·처리업'의 산업 규모는 성장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B2C 정보통신업·전문서비스업 중심으로 AI발달이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은 B2B 제조업·제조서비스 중심의 AI 발달을 추진 중이다. 

산업연은 AI를 활용한 우리나라의 제조혁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첨단제조업에서 고등인지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AI개발자와 적용대상 산업의 전문가가 목표 수립·결과 등 전 과정에 걸쳐 긴밀한 협업을 해야 한다. 다만 국내 제조업은 데이터의 폐쇄성으로 기업 생태계 내부에서의 혁신 가능성이 높아 제조업의 SW 핵심인재 채용·기존 공학전문가의 AI 융복합 재교육이 시의적절하게 수행돼야 한다.

길 연구위원은 "산업별·공정별 AI 혁신을 위한 국가 수준에서의 전략과 이를 수행할 인력 확보를 위한 다각도의 핵심인재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