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생지원금 처분적 법률 검토에...기재부 "행정부 역할 없어지는 것"

2024-05-09 06:00
헌법 54조 예산 편성권에 위배된다는 주장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더불어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처분적 법률' 카드 사용까지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법부가 독자적으로 대규모 예산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8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처분적 법률 활용 움직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 집행이나 사법부의 판단 없이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을 뜻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처분적 법률로 강제하더라도 재원 마련 등 추가적인 논의 사안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규모 예산이 투여 되는 사업을 입법부가 혼자서 다 할 거면 행정부는 왜 존재하는가"라며 "이런 법이 시행되면 행정부의 역할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처분적 법률 사용이 예산 편성권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는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는 의미다.

처분적 법률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특정 개인이나 조건을 갖춘 집단에만 집행이 가능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조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 처분적 법률은 전두환 은닉재산 추징법, 최순실 부정 재산 환수법 등 특수한 목적과 대상으로 한 경우에만 시행됐다. 

1분기 한국 경제가 깜짝 성장을 이룬 점도 기재부 내부의 반발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해 시장의 예측을 상회했다. 경제 위기가 아닌 상황에 이뤄지는 민생회복지원금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매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심성 정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민생지원금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수적이다. 기재부 예산실은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해 13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5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법인세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예산 지출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4일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단과 만나 "전국민 대상보다는 특정인, 사회적 약자 등 민생 어려움을 타깃(목표)해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추가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처분적 법률로 전 국민 대상으로 25만원을 주는 것이 가능하냐 아니냐 논쟁하는 지점"이라며 "정부의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