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佛제품 수입 확대 원해"…마크롱 "中기업 차별 안 할 것"

2024-05-07 16:58
마크롱, 中-EU 무역 갈등에 "긴장 조성 의지 아냐" 달래기
習, 올림픽 기간 휴전 제안 공감...코냑 관세 부과도 유예키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5~7일 프랑스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시장 개방 노력에 일부 성과를 거뒀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일부 합의점을 찾으며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유럽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협력하는 데 따른 경제적 이득을 내세우며 프랑스를 포섭하는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 주석은 6일 오후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은 항상 프랑스를 선호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 간주해 왔다"면서 "양국은 상호 이익을 옹호하고, 탈동조화(디커플링)와 산업 및 공급망 교란 행위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더 많은 첨단 및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무역 정책은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아니다"면서 "프랑스는 중국에 더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기를 희망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시장 개방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양국 간 주요 안건인 코냑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AP통신은 익명의 프랑스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프랑스 코냑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세금이나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EU가 중국 전기차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자 올해 초 보복성 조치로 EU가 원산지인 수입 브랜디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시 주석 방문 선물로 코냑을 준비하고, 정상회담 후 만찬 참석 명단에 헤네시 코냑 소유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을 포함하는 등 코냑 문제 해결에 공을 들였다. 시 주석은 이 같은 우호적인 조치를 통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서방의 대중국 견제 전선에 동참하면 프랑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도 언급하며 휴전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신냉전을 부추기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프랑스와 함께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가 휴전을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 기간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지지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양자 회담을 계기로 중동 정세, 인공지능(AI) 및 글로벌 거버넌스, 생물다양성 및 해양, 농업 교류 및 협력에 관한 4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녹색 개발, 항공, 농업 식품, 상업, 인문 등 20건에 가까운 양자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한편 시 주석은 7일부터 친러·친중 성향인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잇달아 방문하고 연대를 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