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민등록증 발급 때 열 손가락 지문 채취는 합헌"

2024-05-01 16:43
수사에 활용토록 한 시행규칙…재판관 4인 반대 의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전경. 2023.12.2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채취하도록 한 현행 법령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재차 나왔다.

헌재는 1일 옛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시행규칙 조항 등에 대해 제기된 위헌확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주민등록증 발급 시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도록 규정하고, 신청서를 경찰에 보내도록 규정한 옛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시행규칙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경찰이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 목적에 이용하는 행위가 기본권 침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특히 기술 발달로 지문 정보 복사가 쉬워져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주민등록법 조항에 대해선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에 대해 "다른 신원 확인 수단 중 정확성·간편성·효율성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지문정보와 비교할 것은 찾기 어려워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문이 담긴 발급신청서를 경찰에 보내도록 한 시행규칙은 재판관 3명이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고, 나머지 6명 중 4명은 인용, 2명은 기각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법상 심판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기각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내면서 "주민등록법령은 그 사무나 개인정보 수집·이용 권한을 경찰청 등에 부여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며 "사망할 때까지 바뀌지 않아 함부로 취급돼서는 안 되는 지문 정보와 관련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지문 정보를 보관하고, 수사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도록 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대해서는 김기영 재판관이 유일하게 "17세 이상 모든 국민에 대해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는 시행령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