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영수회담, 시작 전부터 '삐걱'...민주당 '강공'에 커지는 맹탕회담 우려
2024-04-24 16:25
회담 날짜·형식·의제 결론 못내...野, 특검법 등 5월 국회 강행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실무진은 준비 단계부터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또 민주당의 '쟁점 법안 5월 드라이브'에 협치 분위기도 가라앉는 기류다.
당초 이번 주 예상됐던 영수회담은 다음 주로 밀리는 분위기며 개최되더라도 '맹탕회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다. 또 민주당 몫인 차기 국회의장과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져 22대 국회는 더 심각한 '강대강 대치 구도'가 우려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위한 밑작업에 한창이다. 대통령실에선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나섰고,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참여했다.
윤 대통령이 '의제 제한 없이 이 대표의 이야기를 많이 듣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실무회동에서 대통령실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이슈들을 상당수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전환은 물론, 당론으로 밀고 있는 '민생 회복 긴급 조치'를 제안했다고 한다. 또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특별검사)법' 수용 등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은 다음 날 논평에서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데 대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린 숙제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을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독단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8일에도 여당 의원 불참 상태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내용을 일부 수정한 대안으로, '제2 양곡관리법'이다.
당내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차기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점도 불안 요소다. 국회의장 자리는 이른바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리는 5선 정성호 의원과 6선인 조정식 전 사무총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노리고 있다. 이들 셋 모두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장의 중립성'보다 이재명 대표와의 호흡 및 여권 견제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원내대표 역시 강성 친명 박찬대 의원이 유력하다. 그는 원내대표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했고, 이후 김성환·서영교·김민석·한병도 의원 등 주요 후보군은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이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민주당의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국회에서 입법 독재를 하면서 영수회담을 하자는 건 어불성설 아니냐"며 "영수회담에서도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만 하고 있는데, 당정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협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일침했다.
반면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우리 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며 "특히 채상병 특검법은 국민 3명 중에 2명이 찬성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생각을 고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그는 또 "4월 총선 이전까지 영수회담을 받지도 않다가, 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자 이제야 협치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께서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껏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해서 민생이 나아졌느냐. 이제는 고집을 접을 때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