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집행부 갈등과 공사비 미지급으로 지난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사진=박새롬 기자]
지난 1월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의 공사 재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입장에 진전이 없어 사업 정상화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는 대조1구역 조합원이 '분양계약 총회 진행 협조'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지난 18일 대조1구역 조합에 "임시조합장 선임 지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로 인해 공사재개도 늦춰질 것이 염려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현대건설은 다음 달 말 조합 집행부가 선출되고 조합이 정상화되면 즉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내부에서는 분양계약총회를 통해 사업비를 먼저 납부하지 않으면 현대건설 측이 공사 재개 후 진행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전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앞서 공사 중단 등으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한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조합은 시공사업단으로부터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금액으로 3644억원을 청구받은 바 있다.
대조1구역 조합 정상화 추진위원회 측은 "지난해 조합 집행부 직무집행정지로 현대건설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시기에 현대건설이 '공사진행지연(Slow down)' 방식으로 공사해왔다. 이에 따라 40%를 넘었어야 할 공정률은 13%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 공사비 5800억원에서 조합원 분양계약을 통해 40%에 해당하는 약 2200억원을 현대건설에 지급하게 되면 사업이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 측은 현대건설에 임시 조합장 체제로 조합원분양총회를 진행하기 위한 협조를 요구하는 중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조합 집행부 구성이 먼저 안정돼야 모든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조1구역은 지난해부터 조합 내분으로 집행부 공석, 교체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식 조합장이 아닌 임시조합장 체제로 분양총회를 진행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며 "조합 집행부가 구성되면 공사를 즉시 재개,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조1구역은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를 재개발해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동 2451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강북권 최대 규모 재개발로 꼽힌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난 2022년 10월 착공했으나, 조합 집행부 공백과 공사비 1800억원 미납 문제로 지난 1월 1일부터 4개월째 공사가 멈췄다.
조합은 1년 넘게 소송전 등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조합 임원 전원에 대해 직무집행정지가 내려진 후 조합장 직무대행이 선임됐으나,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기존 조합장을 재선출했지만 다시 가처분 신청이 내려져 조합장 직무 집행이 중단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새 집행부 선임을 위해 조합장 및 집행부 전원을 해임했으나 해당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이 제기됐고, 지난 15일 가처분신청이 취하됐다.
업계에서는 조합 집행부를 두고 수차례 부침이 반복된 만큼, 또다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며 사업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임시 조합장 선임마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원을 통해 임시 조합장이 정상적으로 선임돼야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임총회를 열 수 있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서 법원이 지정할 임시 조합장 후보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어서다.
한편, 23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대조1구역 임시조합장 선임 관련 심문기일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유도엽 전 직무대행 임시조합장 선임 여부에 대한 질의 등이 이뤄졌지만, 뚜렷한 결정이 나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유도엽 전 직대 선임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앞서 은평구청은 지난 4일 대조 1구역 조합 선거관리위원을 선임, 조합 집행부를 새롭게 뽑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선임 총회는 다음 달 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