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정희·윤지영 페넥 공동 대표 "세상에 없던 쿨하고 힙한 가방 브랜드 선보일 것"

2024-04-23 18:50
지갑에서 가방 브랜드로 새로운 도약..."토탈 의류 브랜드 목표"

오정희(왼쪽)·윤지영 페넥(FENNEC) 공동대표가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창립 13주년을 맞은 페넥(FENNEC)이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브랜드 주력 상품인 ‘카드지갑’이 아닌 가방 브랜드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소비자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새 컬렉션이 공개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태국, 싱가폴 등의 해외에서도 잇따라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페넥은 오정희 대표가 지난 2011년 창업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창업 초기엔 아이폰 케이스와 맥북 케이스 등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2014년 윤지영 대표가 합류하며 카드지갑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굳혀갔다. 오 대표와 윤 대표는 부부 사이다.
 
오·윤 대표는 23일 서울 성수동 페넥 본사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페넥을 보여주고 싶어 브랜드명을 빼고 전부 바꿨다”며 “리브랜딩을 시작으로 지갑에서 가방, 더 나아가 의류까지 사업을 확장해 토탈 의류 브랜드로 도약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의 이러한 의지는 페넥이 최근 공개한 2024년 봄·여름(SS) 컬렉션에 잘 녹아있다. ‘히로인(HEROINE)’을 주제로 한 이번 컬렉션은 다양한 색감이 돋보였던 과거 페넥과 달리, 색감을 덜어내고 키포인트 디자인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윤 대표는 “디자인에 집중하고자 제품에 색을 많이 덜어냈다”며 “기존의 페넥은 귀여우면서도 베이직한 이미지였다면, 이번 컬렉션은 트렌디하고 힙한 느낌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페넥은 컬렉션 공개와 함께 기존 쇼룸도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섰다. 오 대표는 “기존 15평대 쇼룸을 70평 규모까지 과감히 확장하고, 한 층은 상품 진열 공간이 아닌 오로지 고객이 페넥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이러한 페넥의 변화는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지금의 페넥에 이르기까지 두 대표는 몇 번이고 사업을 접을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그간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 제품으로만 승부하자’는 마음으로 시장에서 발을 넓혀왔다”며 “하지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의 포화와 코로나로 인해 마케팅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두 대표는 채널을 간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중구난방으로 뻗어있던 페넥 유통망을 타깃 고객층을 고려해 무신사와 29CM, EQL, 공식홈페이지 등으로 간소화했다. 홍보를 위해 마케팅팀도 새롭게 꾸렸다. 그 결과 지난해 목표했던 매출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페넥은 올해 내수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윤 대표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아직은 국내 시장에서도 갈 길이 멀다”며 “13년의 긴 시간 페넥이 쌓아온 정체성에 기반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선보여 잡화계의 젠틀몬스터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