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이제 '3고'는 변수 아닌 상수...기업 공급망 점검하고 장기 리스크 대비해야"
2024-04-23 06:29
실물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물가가 지속되면 생산비용의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높은 금리와 고환율은 기업의 금융비용을 높여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는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한 번 상승하면 환율과 금리,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후에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제 전문가들은 3고 시대 극복을 위해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기업의 수익성은 늘어나겠지만 내수기업은 원자재의 원가 부담이 높아져 한계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약화된 만큼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대외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AI,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구조로 가는 길목에서 투자를 늘려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애초에 계획했던 투자금액이 늘어나고, 고금리로 투자금 확보를 위한 대출금리까지 동반 상승해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면서 "지금 같은 복합위기 체제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출 활로를 뚫어주고,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들을 위해 무역금융, 무역보험, 세액공제, 투자세액 직접환급제도 등 관련 지원책을 공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러·우 전쟁, 중동 5차 전쟁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위기가 크다보니 특정사안에 대한 대책보다는 개별적으로 방어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움직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고금리, 고환율 상황에서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반도체의 경우 경기가 위축되면 감산을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기술발전을 늦추면 경쟁 우위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투자가 활성화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마다 위기극복을 위해 인력구조조정,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3고는 대외변수지만 한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리스크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장기적 차원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승계작업을 하고 있는 3~4세 기업은 계열분리를 통해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손 보거나 불황기에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5~10년 롱텀 계획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주력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보완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R&D(연구개발)와 M&A(인수합병) 등에 대한 투자계획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민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조사팀장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 더해 중동사태 악화, 유가 상승 등이 겹쳐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기업은 공급망 점검과 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대외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는 투자 활성화, 산업 경쟁력 지원 등 경제 활력을 위한 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물가 환율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