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규모 건설사들 '회생절차' 잇따라... 커지는 건설업계 연쇄부도 우려

2024-04-22 18:22
부도 처리 집계…1월 3곳→2월 2곳→3월 4곳 '증가'

23년 8월 서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 2024.4.15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건설사 연쇄 부도 위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소규모 건설사가 잇따라 회생 절차에 돌입하는가 하면 부도에 직면한 건설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하루 동안 건설사 2곳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 공고가 내려졌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에스원건설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됐고 수원회생법원에서는 유원건설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됐다. 회생 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에 대해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이번에 회생 절차에 돌입한 에스원건설은 강원 지역 시공 능력 8위인 종합건설업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 미수금 급증 등에 따라 현재 자본 잠식 상태다. 법원은 에스원건설에 오는 7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공고했다.

유원건설은 경기 평택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건설사로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해 대주회계법인 측에서 감사 의견거절을 받은 바 있다. 

부도가 나는 건설사도 느는 추세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전국에서 부도가 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는 제외)는 1월 3곳에서 2월 2곳, 3월 4곳 등으로 증가해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가 있는 지역은 △서울 1곳 △경기 1곳 △부산 2곳 △광주 1곳 △울산 1곳 △경북 1곳 △경남 1곳 △제주 1곳 등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곳) 대비 약 3배 늘었고 2019년(15곳) 이후로는 최대치다

4월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달에도 대구 지역 전문건설업체 1곳이 부도 처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 

지방 소규모 전문건설업체 등을 중심으로 건설업계 연쇄 부도가 우려되지만 정부 정책은 부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 중 일부 대책은 법률 개정이 동반돼야 추진이 가능한데 40일 뒤면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돼 계류된 법안이 모두 폐기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 새롭게 법안이 추진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야 간 견해차가 생기면 어려울 수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 건설업과 전문건설업에 특화된 대책이 부재한 점이 일부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연쇄 부도 방지를 위해 하도급대금 보호를 더욱 두텁게 하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자 자격 기준 완화 등 중소 건설업이나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