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지원 재개, 전쟁 장기화 우려도

2024-04-22 11:37
美 하원 84조원 지원...무기 비축·첨단무기 직접 구매 등 활용
우크라 전선 '효과'보기까진 몇 주 더 소요...대공방어엔 효과
러시아 美에 "베트남·아프가니스탄 때처럼 굴욕적 패배 볼 것"
전문가 "교착상태 이어질 듯"...군비 증가로 '전쟁 장기화' 우려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자주포로 공격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84조원 규모의 지원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드론 차단용 대공방어 무기가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 등 우방국의 무기 지원 재개가 전선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지원으로 현 전선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 러시아를 압도하긴 어려워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하원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약 607억 달러(약 84조원) 지원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체 지원 금액 가운데 230억 달러(약 31조원)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 여유분을 확보하는 데 활용된다. 140억 달러(약 19조원)는 미 국방부가 첨단 신무기를 자국 방산업체로부터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때 쓰인다. 나머지 지원금은 현지에서 미군의 작전 수행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군사적 지원에 투입된다.

미국의 군사지원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는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대로 오는 23일 상원 표결이 이뤄진다면 미국 정부는 유럽에 비축된 군수품을 1~2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다. 지원된 무기가 넓게 퍼진 전장에 뿌려져 전투에 활용될 때까지는 추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내놨다. 미국이 제3국 전쟁에 개입한다면 과거 '패배'로 끝났던 사례처럼 막대한 피해만 보게 될 거라고 경고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러시아를 상대로 한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워싱턴의 깊은 몰입(개입)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에 크고 굴욕적인 대실패로 바뀔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의 공세에 인적·물적 자원 부족으로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이번 지원으로 전황이 한쪽으로 기울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전쟁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추가 군사 지원이 우크라이나의 방어선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러시아를 영토 밖으로 밀어내는 등 '교착 상태'를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향후 추가 군사비 지출 규모와 지원 기간을 놓고 논쟁이 계속될 거라고 해당 매체는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도 겨우 '큰 고비'만 넘겼다는 반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지휘관을 인용해 "대공 방어용 포탄 지원이 이뤄진다면 러시아 진격을 늦추는 데 도움 될 것이나 이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현행법안의 무기의 '양'이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지원 규모는 이번 지원 규모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병력이 부족하지만 징집할 인원 마련하기도 벅찬 상태다.

반면 러시아는 끝까지 전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진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국방비 예산으로 전체 예산 중 40%를 할당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무기가 늘어난다면 전쟁의 확전 양상이 일어나 더 장기화할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