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에 외평기금 탕진…환리스크 도래해도 속수무책 우려

2024-04-20 06:00
20조원 활용에 환율 대응 약해졌다는 비판
기재부, 달러 상환 아니라 오해라는 입장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하고 내려온 뒤에도 고환율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펑크에 정부가 외평기금 재원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미·일 재무무 장관이 원화와 엔화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인지한 뒤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상황에 비하면 안정세지만 여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환율이 1400원대를 찍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등을 포함해 단 4번뿐이다.

외환 시장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돈다. 강달러 현상의 원인이 된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흐름에서 중동의 갈등이 소강국면에 들어간다면 환율은 1370원 수준에서 멈출 수 있겠지만, 선을 넘는 대응이 이뤄지면 1400원을 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는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역량이 전보다 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쓴 탓이다. 외평기금은 원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 외평기금 투입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옵션 중 하나인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활용보다 직접적이어서 시장 안정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외평기금 투입과 관련해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는 방법과 다르게 높이는 오퍼레이션이기 때문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되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외평기금이 줄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에 미세조정을 하기에 조금 불안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실탄(현금)이 부족하지 않나"라며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 근처로 가면 국제사회나 시장에서 불안하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92억5000만 달러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외평기금 활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재정 집행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고금리로 조달했던 원화 부채를 상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