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청 국회 vs 로펌 수석'…비정상 치닫는 '정치의 법조화'
2024-04-18 16:25
범야권, 尹‧주변 겨냥 특검 줄줄이 준비
"특검 신속 출격 위해 법사위원장 탈환"
대통령실, 시민사회 대신 법률수석 신설
양측 법 공방 어디까지…"정상은 아냐"
"특검 신속 출격 위해 법사위원장 탈환"
대통령실, 시민사회 대신 법률수석 신설
양측 법 공방 어디까지…"정상은 아냐"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범야권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법을 잇따라 준비 중이다. 한 정권을 겨냥해 이렇게 많은 특검이 거론되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주변을 직접 수사하기 위해서는 특검밖에 방법이 없다는 게 야당 판단이다.
이에 맞서 대통령실은 법률수석 자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국회와 대통령실 사이에 법정을 연상케 하는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3년 동안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압승한 뒤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을 다음달 2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에 대한 해병수사단 수사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로, 윤석열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은 또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에서 중앙지검장 등을 맡으며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여러 차례 충돌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북 전주을)는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뿐만 아니라 양평 고속도로 의혹, 명품 디올백 수수 의혹, 코바나컨텐츠 의혹 등 국민적 의혹을 묶어 종합 특검으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 부부 종합특검'과 '윤석열·한동훈 특검'을 추진한다"며 "노련한 외과 의사가 환부를 도려내는 것처럼 윤석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제가 윤석열과 검찰 정권의 환부를 정확하게 도려내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호 법안을 ‘한동훈 특검법’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과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정치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관련 의혹·딸 논문 대필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회가 사실상 수사 기능을 가진 ‘특검청’ 기능을 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수사기관이 미진한 성과를 낸 사건에 아주 드물게 특검을 추진하던 이전 관행과는 사뭇 달라졌다. 야권 지지자들은 “검찰을 쥐고 있는 윤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이 방법뿐”이라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특검을 그때그때 ‘출격’시키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YTN24에 출연해 “법사위(원장) 자리에 민주당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중에 특검법이 많은데 특검법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기 때문”이라며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법사위에서 특검법을 홀딩(지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야권이 180석이 넘는 의석을 차지해, 법사위를 우회하는 일명 ‘패스스트랙’을 통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법안 본회의 상정에 최장 330일이 걸린다. 필요할 때마다 특검의 수사권을 바로 가동하겠다는 게 야당 구상이다. 위원장으로는 전현희, 이언주 당선자 등이 거론된다.
총선에서 국민의힘도 108석을 확보해 대통령 거부권은 아직 살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흐름상 마냥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또 소수의 이탈표로도 특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당장 채상병 특검법만 해도 거부권 행사 여부조차 밝히지 못할 정도로 수세에 몰려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 자리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옛 민정수석 기능을 일부 복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여론 수렴과 무관치 않은 시민사회수석 자리를 없애고 대신 법률수석을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신 법률수석실은 ‘창과 방패’ 역할을 동시에 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 기강을 다잡는 등 사정 기능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대통령을 법률적으로 보호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특검이 투입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하는 기능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지금 줄줄이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굉장히 피하고 싶은 과제들이 많이 있다 보니 갑자기 때아닌 법률수석실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시민사회와 국민과의 소통을 늘려야 되는 시점에 시민사회수석실 대신 법률수석을 새로 만드는 건 다가오는 이런 법적인 이슈들을 내부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 사이에 기형적인 대립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필 야당 대표들도 법률가(이재명) 내지 법무장관(조국) 출신이다.
한편 신설될 법률수석을 맡을 인물로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오늘은 자본시장과 관련한 말씀을 듣는 기회라서 제가 다른 얘기를 더 하게 되면 좀 그러니 이해해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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