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첫 쟁의행위, '평화 행사'로 마무리

2024-04-17 16:00
DSR타워 앞 야외 2000명 참석
휴가제도 개선 등 협상 요구
"사측 변화 없을시 파업 가능성" 언급

17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DSR 타워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한 직원들. [사진=이성진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쟁의행위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다만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파업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17일 정오부터 삼성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타워 앞에서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행사에 앞서 집회 장소를 두고 사측과 노조 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노조는 DSR 타워 로비에서 하기를 원했지만, 사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이를 통제했다. 회전문 등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리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긴 협상 끝에 야외에서 진행하게 된 이번 집회는 '투쟁'보다 '문화행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 중간 전문 공연팀 팝밴드파인의 무대도 마련했다. 

노조가 추산한 이날 참석 직원은 2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약속했던 휴가제도 개선 방안 등을 내놓지 않은 채 노사협의회만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한 사측을 비난하며 노조탄압 중단과, 노동존중을 실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사는 임금 인상률, 성과급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등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특히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을 합의하는 등 노조와의 교섭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74% 찬성률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고, 이날 첫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현국 노조 부위원장은 "임금교섭은 임금뿐만 아니라 복지도 포함돼 있다"며 "노조가 인상률 6%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걸로 아는데, 사측이 약속했던 휴가제도를 갖고 오지 않아 결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사협의회 8명은 직원 동의도 없이 12만명의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며 "조직을 위한 조직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노사협의회는 임금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4.1%)보다 1.0%p 인상된 수준으로,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2.6%)의 두 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계열사들도 잇따라 인상률 5.1%를 확정했다.

노조는 내달 24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추가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향후 집회도 문화행사 형식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위원장은 "(DSR 타워에) 화단을 설치하는 등 사측의 노조 압박과 탄압에도 평화 행사를 무사히 잘 마쳤다"며 "다음 서초 집회도 오늘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내달 집회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강성 노조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며 사측을 압박했다. 이 부위원장은 "다음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 동안 (사측의) 변화가 있다면 그때는 더 높은 수준의 문화행사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반응이 없다면 파업 선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행사 종료 후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조합원 845명의 명단을 회사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