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충당금 전부 1분기?…실적 발표 앞두고 은행들 고심

2024-04-17 17:00
25일 KB, 26일 신한·하나·우리 실적 발표…주주 배당금 등 영향 불가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따른 충당금을 올해 1분기 전부 반영할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이 모두 반영되면 주주 배당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주요 금융지주는 다음 주 은행을 포함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주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는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오는 25일 KB금융을 시작으로 다음 날인 26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순이다. 여기엔 은행 등 계열사 실적도 포함된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은행의 충당부채 규모다. 홍콩H지수 ELS의 자율배상을 위한 충당금이 올해 1분기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의 은행권 최초 배상금 지급을 계기로 이달 초 신한은행과 지난 16일 우리은행까지 배상금 지급을 시작했다.
 
당초 은행들은 올해 1분기 실적에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홍콩H지수 ELS 투자자의 손실 예상액까지 계산해 충당금을 반영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예상 배상액(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 비율 40% 가정 시)은 총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9545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어 △NH농협은행 2967억원 △신한은행 2753억원 △하나은행 1505억원 △SC제일은행 116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등 순이다. 충당금 역시 이에 준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1분기 실적에 모든 충당부채가 적용될 경우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올해 2~4분기까지 충당금을 나누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충당금을 반영하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주주 배당금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진다. 또 낮은 실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경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 내 순이익 순위가 주는 상징적 의미도 은행들이 충당금의 분할 반영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과점 경쟁 시장인 금융업 특성상 업계 내 순위 변동, ‘리딩뱅크’ 수식어 등은 고객 신뢰도가 중요한 은행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 중 예상 배상액 규모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이 올해 순이익 1등을 목표로 내건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조5159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실적을 냈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 중 홍콩H지수 ELS에 따른 순이익 감소 영향이 가장 적은 올해,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분기별로 설정된 경영 목표를 미달해 내부 핵심성과지표(KPI)가 악화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임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고,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투자자의 구체적인 손실 금액을 예측하기도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