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환율·중동 리스크에 밸류업 동력까지 상실… '사면초가' K - 증시

2024-04-16 18:45
투심 위축에 외인 자금 이탈 속속
미국 빅테크 기업들 부진도 '한몫'
삼성전자, 호재에도 8만선 턱걸이
전문가 "밸류업보다 금투세 주목"

[그래픽=아주경제]

국내 증시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우려와 함께 이란-이스라엘로 발발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위기에 빠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2% 중반대까지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0.80포인트(2.28%) 하락한 2609.6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26억원, 2949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동반 매도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은 홀로 5510억원을 사들였지만 물량을 받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19.61포인트(2.30%) 내린 832.81에 장을 종료하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86억원, 102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855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가 이처럼 급락하게 된 원인은 미국발 소비지표가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했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7% 상승했다. 당초 예상치(0.3%)를 훌쩍 넘는 수치다. 월간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다.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미국의 소비 강세가 이어지며 10년물 국채금리는 4.6%를 돌파했다. 금리인하 기대감도 연내 1.5회 수준까지 감소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란으로부터 보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대이란 강경 대응을 시사하며 자본시장 내 불안감이 퍼졌다.
 
이에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환율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1400원까지 치솟는 등 원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돼 낙폭이 확대됐다”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밸류업 정책 발언에 일부 금융주에 대한 수급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외국인 자금 이탈에 영향력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 자극, 꺾이지 않는 소비에 의한 금리 우려가 주식시장 자금 이탈을 야기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올 들어 장을 주도했던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반도체가 약세를 나타냈다. 애플의 출하량 감소, 테슬라 감원도 투자심리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전날 미국 정부로부터 역대급 보조금을 받게 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법에 의거해 삼성전자 텍사스 첨단 반도체 공장 투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200원(2.68%) 하락해 겨우 8만원에 턱걸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기업 악재로 관련 업종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삼성전자의 역대급 보조금 호재는 주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거야(巨野) 구도가 구축된 제22대 총선거 후 밸류업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점도 국내 증시 하방압력을 높인 요인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 이후 밸류업 정책 모멘텀이 상실되며 금융, 지주 등 관련 주식이 조정받았다”며 “앞으로는 밸류업 정책보다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더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정된 법을 바꾸기 어려우니 연말 과세 시행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배당소득세 개편 등 세제와 관련된 여타 정책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고비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 경제지표도 이달을 고점으로 조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웅찬 연구원은 “3월부터 미국이 더 이상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동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본토가 타격 받아 반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신통찮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경제의 경우 높아진 금리도 부담이고, 금리인하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통화정책은 긴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